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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서재 [추천도서]

2025 한 책 독서후기 공모전 수상작(재학생 우수상)

by CNUL 2026. 1. 19.

 

이들을 구한 하나의 거짓말

 

방지민

 

살아오는 동안 거짓말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독자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열에 하나 정도나 될까 말까일 것이다. 사는 동안 거짓말 하나쯤, 비슷하게는 비밀 하나쯤 품고 살아가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당장 오늘을 살고,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서 비밀을 감추는 방향이든, 진실을 외면하는 방향이든, 스스로를 부정하는 방향이든,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앞서 말한 나름의 방식들 중 하나를 택해, 그들만의 거짓말로 누군가를 지키는 내용을 보여준다. 여기서 누군가는 자기 자신을 포함한다. 나아가 아이들의 주변 인물들인 어른들마저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른들 나름의 거짓말을 한다. 책을 읽고 머릿속에 남은 문장 하나는,“결국 하나의 거짓말이 이들 모두를 지켰다.”는 것이었다.

책에서 아이들은 보통의 누군가처럼 그들만의 비밀을 품은 채 살아간다. 채운이가 전입생으로 소개되던 교실, 담임 선생님이 소개한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따른다면, 아이들은 거짓말 하나를 꼭 말해야 한다. 게임 진행을 위해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규칙의 의무에 기대있는 동안은, 아이들은 그들이 등에 업고 있던 진실(비밀)의 무게를 잠시나마 내려 놓을 수 있었다. 그 거짓말이 존재하기에 나머지의 진실들 역시 거짓일 수도 있는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숨겨진 하나의 거짓말이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의 감춰둔 상처를 밖으로 내보일 수 있도록 외부로부터의 방패막이 되어준 것이다. 그렇게 거짓말로 둔갑한 아이들의 비밀은, 그 순간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키고 아이들이 서로를 지키는 구원의 시작이 됐다.

앞서 얘기했듯 다섯 선지 중 하나가 거짓말이라는 사실은, 듣는 이로 하여금 결국 다섯 가지 모두에 의심을 품게 한다. , 그중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선지를 만들어낸 본인을 제외하고는 알 길이 없다. 그렇기에 답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모든 선지가거짓이라는 용의 선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기에 진실 속에 숨은 비밀은 자신의 정체를 잠시 동안 숨길 수 있다. 이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만큼이라도, 자신의 비밀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못한 이야기를 진실과 거짓 속에 섞어서 세상 밖으로 잠시나마 꺼내 보인 그 순간에 아이들은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아마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으리라 예상한다. 처음에는 불안했을 것이다. 누군가 알아채진 않을지, 뒤늦게라도 수습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감정이 우선적으로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엔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으리라 짐작해본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사정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는 건,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꽤나 충분한 해소가 된다. 그 사정이 어떤 사연을 지녔을지라도 말이다.

학급 수업 활동 중, 지우는 본인이 겪은가난의 경험을 섞어 지은 시를 낭송했다. 누군가네 이야기야?”라고 물어도 웃으며 지어낸 이야기라고 가벼이 넘길 수 있기에 비로소 가능한 일이었다. 채운은 소리에게 아버지의 손을 잡아주길 부탁하면서, 아버지가 갑자기 곁을 떠날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그의 진실된 마음속에 잠식되어 있는 두려움의 실체를 소리에게 온전히 내보일 수는 없기에, 그리고 그걸 내보이는 순간 소리에게도 전가될 진실의 무게를 고려했기에 내린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가 비밀리에 숨겨진 그의 진심을 내보이지 않는 한, 소리는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채운을 돕는다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 소리는 그러한 채운에게 그의 아버지에 대해 솔직히 말해줄 수 없었기에, 그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짓말을 진실처럼 얘기했다. 자신만 눈 감으면 채운의 절망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조금 더 솔직하게는 도저히 그에게 진실을 말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이들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했지만, 때로는 진실을 드러내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지우는 그날밤내가 본 것을 만화로 그렸고, 그 안에 자신의 은밀한 속 얘기를 포함시켰다. 소리의 아빠 호민은 소리 엄마가 한창 아프던 당시에 했던, 호민과 그녀의 대화를 비로소 소리에게 전했다. 선호 아저씨는 지우에게 엄마 지연에 대한 진실을 얘기함으로써, 지우가 짊어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했다. 채운의 엄마는 채운을 위해 진실을 필사적으로 숨겼고, 결국 편지를 통해 감춰뒀던 또 다른 진실을 전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이중 하나는 거짓말에서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그들은 내내 거짓말을 한다. 스스로를, 서로를 지키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내고, 때로는 감춘다. 이들을 보면서 느낀 건, 자신을 포함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서거짓말을 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는 엄청난 기회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말 한마디 내뱉음으로써 혹은 숨김으로써 누군가를 고통 속에서 잠시나마 꺼낼 수 있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 그저 말 한마디면 되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상처를 입지만 그럼에도 그 상처를 등에 업고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직은 어린 나이에, 혼자서 온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은 지우, 채운, 소리 본인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우리에게도 일종의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가 수많은 독자들 가운데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형용할 수 없지만 자신할 수 있는, 그런 어떠한 용기가 전해졌다는 걸 분명히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