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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의 피부 / 클로드 무샤르

미래를 여는 책/신간안내

by CNU Lib newsletter 2023. 5. 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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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 문학에 대한 사랑이 오롯이 담긴 첫 책이 『다른 생의 피부』이다. 황지우의 시구에서 가져온 이 제목은 한국인 유학생들을 통해 우연히 한국 문학을 접한 프랑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가 자신이 살아온 생애와는 아예 다른 삶을 오롯이 문학 작품으로만 간접 경험했음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어는커녕 한국 문학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던 클로드 무샤르는 이 책에서 그는 이상, 윤동주, 기형도의 시가 내포한 예측 불허의 창조성에 관한 분석은 물론, 소설가 이청준, 시인 김혜순과 나누었던 문학적 우정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책의 서문에는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청준과 함께했던 남도 여행의 일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신이 겪은 한국전쟁의 참상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던 이청준은 모두가 침실로 돌아가려 할 때, 대뜸 “불 꺼지는 소리가 두렵”다고 말한다. 지금도 지나치리만치 차분했던 이청준의 목소리가 선명하다고 말하는 무샤르는, 이청준의 말을 듣고 오를레앙에서 들었던 폭격 소리와 공포를 기억해낸다. 유년 시절의 기억과 함께 이루어진 한국 문학 읽기는 개인의 역사와 국가적 이념을 초월한 강한 떨림을 전달한다.
그는 윤동주, 김수영, 조지훈의 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20세기 역사의 흔적들을 읽어나가며 과거의 경험이 어떻게 작품의 구조와 시간의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증언문학에 관한 연구가 아니다. 그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의 상황을 기록한 조지훈의 시 「절망의 일기」를 예로 들어 어떤 시는 단 한순간도 역사의 폭력에 휘둘리지 않고 매 순간 자기만의 현재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한다. 현재를 달리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우리의 시선을 변화”시키는 작품도 있다고 말하는 클로드 무샤르에겐 지금도 이상의 시 「오감도」를 번역해 읽었던 날이 선명하다. 읽는 순간 숨을 멎게 만든 이상의 작품은 독특한 비유와 의도적 여백을 통해 혼란스러운 현재는 물론 당장에 가늠하기 어려운 미래에 대해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쳤기 때문이다. 시인의 문장이 자신의 기대보다 훨씬 더 먼 곳에서,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우리의 시선을 변화”시킨다고 말하는 그는, 이상이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폭력과 한국과 일본에서의 불행을 이채로운 시선으로 분석한다.

 

<저자소개>

저자(글) 클로드 무샤르(Claude Mouchard) / 대학/대학원 교수 문학평론가
시인, 문학평론가, 파리8대학 비교문학부 교수이자 프랑스의 권위 있는 시 계간지 『포에지Po&sie』의 부편집장. 1941년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태어났으며, 파리8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한국 유학생들을 통해 한국 작가들을 접하고 이후 여러 차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문학적 우정의 교류를 이어왔다. 1999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포에지』 한국 현대시 특집호를 발간하며 프랑스 독자들에게 한국 문학을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목차>

무샤르, 서쪽에서 온 고운 스파이 │ 추천의 글 4

한국의 희미한 불빛 언어들 21
불 꺼지는 소리가 무섭소 27
세상의 습곡이여, 기억의 단층이여 48
그 속에 잠시 머물다가 타버린 64
불란서에 가더라도 88
고요히 세상을 엿듣고 있다 96
복숭아나무라는 예민한 사건 109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 112
입속에서 굵은 모래가 서걱거렸다 115
내가 그 바다에서 걸어나올 시각 127
예측할 수 없는 한국 문학 143

유령들 │ 옮긴이의 말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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