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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 2(재학생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0. 1. 2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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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재학생 부문)을 수상한 이유빈 님의 독서후기 '공감, 너를 만나고 너를 만나며 따뜻한 손을 내미는 시간'입니다.

 

공감, 너를 만나고 너를 만나며 따뜻한 손을 내미는 시간

 

공감. 익숙하고도 어려운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공감 받고 싶어 하지만 정작 남을 진정으로 공감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어주고 공감했었는지 되돌아보았다. 특히 막내 동생과의 수많은 대화들이 떠올랐다.

막내는 나보다 8살 어리다. 나는 직접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주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나에게 동생은 늘 나보다 8년을 덜 산 어린애였다. 그 생각에 사로잡혀 늘 동생의 생각도 나보다 8년이 모자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은 나에게 힘든 일들, 억울한 일들을 자주 얘기했다. 내 관점에서 동생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정도는 별로 힘든 일이 아닌 것 같았고, 앞으로 살면서 더 힘든 일들이 많이 생길 텐데 겨우 그 정도로 힘들어 죽겠다고 말하는 동생이 너무 나약한 것은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그래서 동생이 더 단단해지길 바라면서 자꾸만 해결책을 제시하고, 멀리 보라고만 했다. 다 지나갈 거라고, 세상엔 더 힘든 일이 많다고 그런 말을 수도 없이 했다. 동생이 더 강해지고 성장하길 바라면서 그렇게 되라고 내가 밀어붙였다. 아직 말랑말랑한 애를 내가 억지로 단단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렇게 열심히 공감이 아닌 충조평판을 하고 나면, 내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허무하고‘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지’하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이 책을 통해 나의 공감방법이 잘못 됐으며, 왜 내가 그랬는지, 왜 나는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까지 알게 되었다.

공감은 상대를 공감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깊은 감정도 함께 자극되는 일이며, 상대에게 공감하다가 예기치 않게 지난 시절의 내 상처를 마주하는 기회를 만나는 과정이라는 책의 내용처럼, 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나는 늘 8년 전의 나를 마주했다. 내가 그 나이였을 때, 어떻게 비슷한 문제를 해결했었는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첫째이고, 동생과는 다르게 어릴 때부터 어떤 힘든 일이나 문제 등에 부딪혔을 때, 혼자서 잘 해결하려는 편이었다. 나도 크고 작은 문제들로 힘들어했고, 아파했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렸지만 부모님의 힘듦이 먼저 보여서 고민을 보태고 싶지 않았고, 친구들에게도 그냥 혼자 뭐든지 잘 해내는 야무진 친구로 남고 싶었다. 그저 혼자 깊이 생각하고 치열하게 아파하며 그 시절을 견뎠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 별 거 아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어쩌면 혼자 아파한 나 자신을 제대로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의 내가 외로워 보이고 안타까워 보여서, 나는 나를 그냥 혼자서도 잘 이겨내는 단단한 사람으로 포장했다. 나의 아픔을 외면했다. 그리고 그런 내가 마치 정답인양, 동생에게 나를 대입하며 문제 해결을 제시했다. 나도 그랬으니 너도 그렇게 하라고.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 상처도 함께 마주하게 되어서 동생에게 뿐만 아니라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던 것이다. 넌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나’를 만났지만 외면하고 있었나보다.

그렇게 비슷한 고민을 했던 어린 나를 보듯이 동생을 바라보았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조언해주었지만, 그것은 그저 나의 안일하고 교만한 생각이었다. 동생은 나와 같지 않은데 자꾸만 동생을 나와 동일시했다. 동생의 감정에 대한 공감과 이해보다는 걱정과 조언이 앞섰고, 어쩌면 그것은 남을 내 생각대로 바꾸고 싶은 이기심과 조바심이 아니었을까. 나의 말들이 동아줄이 되어 내가 내민 동아줄을 잡고 일어나길 바랐지만, 그것은 동아줄이 아니라 낚싯줄 같은 것이었다. 그 줄을 잡고 일어나려면 손이 베일 것 같은, 별로 도움이 안 되고 아프기만 한 그런 말일 뿐이었다. 나의 의도와 마음은 선했으나, 나의 말들은 무익하고 따가웠다. 그러나 이젠 안다.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를 먼저 물어보고 공감해야 한다는 것을.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는 것만으로도 내 동생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음을. 나의 역할은 그저 그 마음을 먼저 알아봐주고 인정해주는 것임을. 그러면 동생은 알아서 자신만의 속도를 가지고 스스로 단단해질 것이라 믿는다. 당신이 옳다. 너의 감정이 옳다. 앞으로는 제대로 말해줘야겠다. ‘막내야, 너의 마음이 옳단다.’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다. 덕분에 나는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려했던 어린‘나’를 만났음을 깨달았고, 이제는 그런‘나’를 외면하지 않고 다독여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다음에 나의 공감이 필요한‘너’를 만날 것이다. 너의 마음, 감정 그 자체에 집중하고, 공감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 이제 더 이상 함부로 낚싯줄을 내밀지 않을 것이다. 동아줄도 내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내미는 것이 동아줄이라는 생각마저 나의 착각일 테니. 나는 그저 추우면 언제든지 잡을 수 있게 따뜻한 손을 내밀며 기다릴 것이다. 내 손은 그저 여기에 있으니, 추우면 잠시 내 손을 잡아 손을 녹이고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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