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높은 요즘 중앙도서관 5층 고문헌 자료실 전시장에는 조선시대 간행된 의학서 한 종이 전시되어 있다.
바로 동아시아 최고의 한의학 베스트셀러,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이다.
『동의보감』은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6년 선조(宣祖)의 명으로 어의(御醫) 허준을 비롯한 내의원(內醫院) 의원과 민간 의원이 함께 참여하는 국가적인 사업으로 시작했는데, 정유재란을 겪으며 편찬이 중단되었다. 그 뒤 1608년 선조가 승하(昇遐)한 책임을 물어 허준이 의주(義州)에 유배되었을 때 집필에 전념하여 1610년 25권 25책으로 완성하였다.
1613년 간행되자마자 조선은 물론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의서가 되었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여러 차례 간행되었다. 특히 중국에서 활발하게 간행되었는데, 박지원(朴趾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에는 “우리나라의 서적 중 중국에서 간행된 것은 극히 드문데, 다만 동의보감 25권만이 성행하고 있다. 그 판본이 정묘 하기 짝이 없다.”라는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 간행된 『동의보감』은 사신(使臣)이나 역관(譯官)을 통해 조선으로 역수입되기도 하였다. 박지원도 집안에 좋은 의서가 없어 이 책을 꼭 사고 싶어 했지만, 가격이 비싸 구입하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왔다는 일화를 남겼다.
『동의보감』은 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또한 강조하였는데, 병이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이를 조절하여 병을 예방하는 <양생(養生)>을 중요시하였다. 오늘날 유행하는 <웰빙>의 선구자인 셈이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당시 위원회에서는 “건강관리 시스템 측면에 있어 예방의학과 공공의료의 이상을 담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도서관에는 간행기록을 알 수 없는 목판본 1종과 조선 후기 전라감영(完營)에서 간행한 목판본 2종 등 조선 간행본 3종을 비롯하여 중국 청나라와 중화민국에서 간행된 3종 등 다양한 종류의 『동의보감』을 소장되어 있다.
간행기록이 없는 목판본은 인조 때 문신 이식(李植:1584~1647)의 장서인(藏書印: 소장자를 나타내는 도장)을 통해 1647년 이전에 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1613년 내의원 초판본(初版本)과 조선 후기 전라감영(完營), 경상감영(嶺營)에서 간행한 교정 중간본(重刊本) 사이에는 간행기록을 알 수 없는 여러 판본이 전하고 있다. 도서관 소장본은 간행 연대를 추정할 수 있어, 간행기록이 없는 다른 판본들의 간행 연대와 내용 교감 연구에 기준이 되는 중요한 자료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각각의 책 첫 장에 찍힌 장서인은 누군가에 의해 모두 훼손되었지만, 다행히 내경편 1권 중간에 숨겨진 장서인은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다.
훗날 훼손을 염려하여 장서인을 숨겨두었던 택당 이식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
※ 중앙도서관 5층 고문헌 자료실을 방문하시면,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동의보감 원본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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