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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독서후기 공모전 수상작(지역민 부문-최우수상)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18. 12. 3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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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지역민 부문)을 수상한 강우림의 독서후기 '미래를 읽는 가리사니' 입니다.

 

 

 

 

미래를 읽는 가리사니

 

 

  만추의 소슬바람이 밤새 거리를 질주하더니 아침녘 가로수의 줄기가 더욱 앙상해졌다. 플라타너스, 왕벚나무, 은행나무들은 지나간 계절의 추억을 새긴 이파리들을 모두 떨구었다. 기나 긴 겨울의 안식을 준비하는 대자연의 지혜를 보며 도서관을 향해 굼뜬 걸음을 옮긴다. 나무들은 과연 인간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꽃을 피우고, 초록으로 우거지고, 낙엽을 떨구는 것일까? 인간 중심의 시각에는 모든 것들이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무의 입장에서 계절마다 찾아오는 일련의 순환과정은 생존의 문제이다. 자연은 매 순간마다 처연한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루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또한 생존이라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바윗돌을 산꼭대기까지 끊임없이 굴려 올려야 하는 코린트의 왕 시지푸스처럼 노동은 그림자처럼 인간을 따라다녔다. 따라서 인간의 역사는 노동의 역사이다. 특히 산업사회에서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생계수단을 확보해 왔다. 그런데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노동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과 부딪히고 있다. 그 현실은 너무나 냉혹해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자칫 우리의 생존마저 위태롭게 할 지경에 이르렀다. 폐업하는 조선소, 폭등하는 부동산, 궁지로 내몰리는 자영업 등 우리의 목을 조르는 각종 경제문제로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특히 경제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에게는 우리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처방법을 처방해줄 조언자가 필요하다. 선대인의 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는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우리의 앞길을 밝혀주는 훌륭한 길잡이였다.

 

  경세제민(經世濟民).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한다라는 뜻처럼 경제학은 인간의 삶에 이바지하기 위해 다양한 현상을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한다. 이 책 역시 경제학의 관점에서 노동의 공간인 일자리가 사라져가는 원인을 분석하고, 거기에 대해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를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지적한 저성장시대의 도래, 인구 마이너스, 기술빅뱅, 로봇화와 인공지능의 거대한 파도는 우리 삶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삶의 모든 곳에 침투해서 자리를 잡고 양날의 칼로 우리를 웃프게 만들고 있다. 기술의 진보는 뛰어난 효율성과 경제성으로 우리를 즐겁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암살자의 비수를 감추고 있다. 줄어드는 일자리만큼 우리의 존재감도 비례해서 흐릿해지고 있다.

 

  모든 문제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부분은 인구감소 문제의 지적이었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메가트렌드이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거시적 지표로써 경제동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데 훌륭한 나침반 역할을 하는 요소이다. 인구는 결국 생산이자 소비이기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활동이 활기차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인구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저출산 국가로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운 속도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국가로 존립마저 위태로운 미래가 다가올 수 있다. 도대체 왜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이 가장 근본적인 경기회복이라는 자물쇠를 푸는 열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10대들의 입시지옥, 20대의 취업지옥, 30대의 결혼지옥은 헬조선이라는 한탄을 저절로 내뱉게 만든다. 승자독식의 정글 자본주의에서 한 번의 실패는 영원한 패배자가 되어버린다. 더욱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금수저와 대항하는 흙수저들의 절망감은 비명에 가깝다. 오늘도 생존을 위해 도서관에서 공무원 시험 서적을 뒤적거리는 청년들에게서 삶의 활력은 찾기 어렵다. 그런 그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사치에 가깝다. 희망보다는 절망과 체념에 길들여진 포기의 젊은 세대들로부터 인구감소는 비롯되었다.

 

  저자는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만큼이나 그에 대한 해결책 또한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개인, 기업,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구분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취해야할 행동을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재벌지배구조의 기업문화를 개선해야하고, 세금이나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경제 정의를 실행해 나가는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역할일 것이다. 사회 구성원의 각성과 자발적 참여가 없다면 일자리 문제는 허공의 메아리로 끝나 버릴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려는 노력과 그에 따른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청년으로서 내 마음에 다가왔던 부분은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아야한다(p.193)’는 구절이었다. 미래 시대는 수시로 직장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특정 회사를 벗어나서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평생 가져갈 수 있는 자신만의 업, 즉 직업을 찾아야 한다. 일자리를 대할 때 일하는 장소, 공간으로써의 직장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p.194)’자신이 흥미를 느끼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아 과감하게 도전하려는 정신 속에서 일자리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개인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주체인 국가와 기업의 도움, 그리고 개인의 노력이 함께 모일 때 시너지 효과가 빛을 발할 것이다. 그것이 물리학에서 말하는 페르마의 최단 시간의 원리이다. 빛은 일반적으로 직진하지만 물을 만나면 굴절된다. 빛이 굴절하는 이유는 그것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가장 짧은 거리이기 때문은 아니다. 거리는 오히려 멀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빛은 가장 짧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은 도둑처럼 어느덧 우리 곁에 다가왔고 우리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청년(靑年). 말 그대로 푸르름이 넘쳐흘러야 하는 젊은 날이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청년들의 얼굴은 늦가을 을씨년스러운 가로수처럼 스산하다. 미래와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그들의 얼굴을 주름지게 하고 있다. 그러나 겨울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현명하게 겨울을 잘 준비하고 견뎌낸 나무들은 봄날에 파릇파릇 생명의 싹을 틔우고 활력을 되찾는다. 지혜로운 청년은 암담한 현실의 흐름을 읽어내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쭉 뻗을 수 있는 푸르른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일의 미래는 아둔한 현실감각을 깨뜨리고 미래에 대한 가리사니를 북돋아준 소중한 길라잡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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