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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1(재학생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L 2025. 2. 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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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메리골드 마음세탁소]

 

 

 

 

 

우리는 우리의 마음 세탁소가 되고

조윤혁

 

사람과 인간, 둘은 사전적으로는 같은 뜻이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꽤나 다른 의미로 쓰이곤 한다. 흔히 사회 생활을 하며 인간 관계에 지친다는 표현을 많이들 쓰곤 한다. 나는 어쩌면 이러한 표현은 ‘인간’이 아닌 ‘사람’을 찾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새로운 사회들로 던져지는 우리는 적응의 동물이라는 자랑스럽지만 슬픈 별명과 함께 하루를 살아낸다. 세상에 나와 눈을 뜨는 첫 순간, 첫 걸음마를 떼는 순간과 같이 눈부신 처음들을 함께하는 첫 번째 사회는 바로 가족이다. 이 첫 번째 사회에서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시간은 또 지나 학교, 학원과 같은 여러 사회 앞에 우리를 데려다 놓고 여러 인간 관계에 집어 넣곤 한다. 이러한 관계들은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들을 선사한다. 감정이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하루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어느 하루를 망치기도 한다. 새로운 관계들, 낯선 사회들은 금세 우리의 감정을 결정하고 어느 날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첫 번째 사회에서 걸음을 내딛고 나갔을 때부터 우리의 감정들은 패이고 회복하며 다시 상처받기를 반복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마음은 무던해지기도 하고, 감성적으로 변하기도 하며, 예민해지기도 한다. 우리들은 서로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감정의 그릇도 다르기에 각자의 마음의 형태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적응이라는 허울을 빌미로 너무나 많은 것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여러 인간 관계, 자신에 대한 생각과 같은 외, 내부적인 요소에 대한 사유를 통해 흘러 들어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고스란히 우리 안에 쌓여간다. 그러나 감정의 그릇은 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범람하는 순간 또한 삶에 찾아올 것이다. 흘러 넘친 감정들은 마음의 어느 곳이든 물들여 지울 수 없는 얼룩이 되곤 한다. ‘만약 보기만 해도 아파오는 마음의 얼룩이 있다면 지울 것인가?’ 는 이 책의 주된 질문이자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답해야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대조는 무언가를 강조하기에는 꽤나 실용적인 도구이다. 대조를 통해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는 순전히 우리의 마음대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이 있기에 낮이 더 밝다고 생각할 수도, 낮이 있기에 밤이 더 어둡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 안의 여러 감정들을 강조할 수 있다. 나쁜 기억이 있었기에 좋은 추억은 더 빛나 보이기도 하고, 행복한 기억들의 존재가 불행함의 존재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는 얼룩진 마음에 관대한 편이다. 작게 묻은 얼룩보단 하얗고 깨끗한 마음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여러 얼룩들은 하나의 작품이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작은 얼룩을 가진 행복한 자의 오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마음은 다르기에 그 마음이 모두 얼룩지고 해져버린 사람에게 나의 생각은 어쩌면 또 다른 얼룩을 남기기엔 충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얼룩은 인간 관계에 미숙할수록 더욱 커지고 지우기 힘들어진다. 얼룩덜룩해진 마음이 부끄러워진 사람들일수록 그 마음을 숨기려고만 한다. 햇빛조차 들지 않게 숨긴 마음은 얼룩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어두워지곤 한다. 어느새 얼룩이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린 마음은 새로운 관계에도 회의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으로 얼룩진 ‘재하’, 너무나 서투른 사랑으로 얼룩진 ‘연희’, 많은 이들의 관심 속 마음의 안식처가 없던 공허함으로 얼룩진 ‘은별’, 자신의 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외로움으로 얼룩진 ‘연자’와 ‘영희’, 그리고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얼룩진 ‘지은’까지도 인간 관계로 아파했다. 부정적인 인간과의 관계는 물론, 사랑했던 사람과의 관계도 얼룩을 남길 수 있기에 이 책의 주인공들뿐만 아닌 우리의 얼룩은 부끄러운 것이 아닌 살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자국이다.

이러한 마음의 얼룩을 지울 수 있다는 이 책의 주인공 ‘지은’ 의 마음 세탁 방법은 놀라운 마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처받은 마음을 세상 밖으로 꺼내 빛을 쪼여주고, 새로운 기억들로 덧칠하여 주는 것이 ‘지은’ 의 마음 세탁법, 즉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물고 뜯는 아프고 병들어버린 사회에서 공감이라는 능력은 어떻게 보면 마법과도 같다. 우리의 여린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꽁꽁 숨기게 만든 인간들이 어쩌면 우리가 사람을 더욱 갈망하게 만든 원인일지도 모른다. 사막처럼 쓰라린 세상에서 쉬어 갈 오아시스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인간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다시 치유 받는 아이러니한 동물인 우리는 누군가의 ‘지은’이 될 수 있고, 우리의 세탁소 고객들은 또 다른 누군가의 ‘지은’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지은’조차도 마음 세탁소가 필요할 때도 있다. 너무나 쉽게 상처받지만 익숙한 일인 양 넘어가는 우리에겐 어쩌면 얼룩진 마음을 세탁해줄 마음 세탁소를 기다리며 더러워진 마음을 가슴 속에 묻어두고 살아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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