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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3(재학생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L 2025. 2. 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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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메리골드 마음세탁소]

 

 

 

 

 

 

내가 너의 이야기를 들을께

주경원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처음 만났을 땐 굉장히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학교에서도 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요즘 편의점이니, 잡화점이니, 세탁소니, 병원이니 온갖 곳을 배경으로 한 위로, 혹은 마음 치유 소설과 에세이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도 그다지 큰 기대를 가지고 읽지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사람들이 왜 이 책에 그렇게나 많은 관심을 보이고 위로를 받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떠오른 키워드가 있다. “공감과 위로”. 이 책은 공감과 위로로 하여금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매 장이 넘어갈 때마다 내가 예측한 그대로의 내용이 나와 오히려 당황스럽기도 시시하기도 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위로를 받았다. “위로를 받았다는 것”, 그것은 작가가 글로 독자()를 공감해 주고 독자도 그의 글에 공감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난 이 책의 내용이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예상치 못한 위로를 받았다. 그렇다면 뻔하다는 말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을까? 난 별로 좋지 않은 뜻으로 이 말을 사용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뻔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어떤 일의 결과나 상태 따위가 훤하게 들여다보이듯이 분명하다.” 50만 명의 독자들이 이 뻔한 책에 위로를 받은 이유는 바로 뻔해서였다. 작가는 현실을 굉장히 잘 반영하고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심리 상태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뻔한 이 책은 사실, 모두가 공감할 만큼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두고 있던 것이다. 누구나 이 책에 나온 인물 중 한두 명 정도의 삶은 공감할 수 있는, 어쩌면 그 인물의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를, 작가는 그런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책에 녹아냈다.

살면서 누구나 지우고 싶은 과거가 생긴다. 모든 일은, 모든 인간은 완벽할 수 없기에 모든 것에 미련과 후회를 남기기 마련.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가진 지우다라는 엄청난 장점은 가득한 후회에 갇혀 우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혹하게 만든다. 현실에서는 과거의 일이나 감정이 완벽히 지워진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과거의 어떤 것으로 인해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판타지라는 요소는 잠시나마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아마 이러한 판타지적인 요소만 담았다면 사랑받지 못했을 것. 작가는 독자들의 힘든 마음과,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의 그 무언가에 대한 허무한 마음마저 위로하는 요소를 담는다.

책의 후반부에는 가게를 운영하는 연자와 지은의 대화 내용이 나온다. 지은은 연자의 얘기를 듣고 자신이 연자의 불행을 지워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연자는 돌아보니 그 상처들도 다 내 삶이었어요. 상처 없으면 나도 없더라고요하고 말했다. 앞선 재하, 연희, 은별은 지은의 상처를 지우고 깨끗하게 하는 능력을 이용했다. 하지만 삶을 가장 오래 산 연자는 자신의 상처와 과거의 기억을 지우거나 깨끗하게 미화하지도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삶을 받아들였다. 은은 연자의 그런 태도에 꽤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가질 때 자신에게 온 사람들, 특별히 연자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은은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 오늘의 걸음을 후회해도 괜찮다... 그 모든 삶은 나의 선택이었으므로 행복일 것이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마음 세탁소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우리 모두 후회해도 괜찮고 슬퍼해도, 괴로워도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라고, 결국은 행복해질 거라고 말해주고 있다.

책의 뒤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당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구겨진 마음의 주름을 다려줄 수도, 얼룩을 빼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모순되게도 지은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부모님을 만나지도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다. 자신의 아픈 과거와 후회는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지은은 현재의 행복을 택하기로 한다. 지은은 자신에게로 온 사람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공감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그들이 행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지은 자신도 행복해지기로 한다. 어쩌면 지은은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이 모든 과정을 거쳤을지도 모른다.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를 이제 알 것 같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삶에 지친 이들을 위로한다. 그들을 이해한다. 그리고 괜찮다고 말해준다. 이 뻔한, 말도 안 되는 판타지 이야기에 그들이 끌린 이유는 그들의 마음을 봐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독자는 책을 읽을 뿐이지만 작가는 자신의 글을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읽고 들어주었다. 쌍방향의 소통이 가능한 책이다. 언젠가 다시 삶이 힘들어질 때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들어주었으면 하면 생각날 책이다. 이 책은 날 공감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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