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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독서후기 공모전 수상작(재학생 부문-장려상3)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18. 12. 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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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재학생 부문)을 수상한 김혜영(철학과)의 독서후기 '정해진 미래와 5년 후의 미래' 입니다.

 

 

 

'정해진 미래와 5년 후의 미래'

 

 

1944, 태평양 전쟁이 끝나갈 무렵에 필리핀으로 파견된 한 일본 장교는 이듬해 발표된 일왕의 종전 선언과 일본군의 패망 소식을 적군의 계략으로 믿고 정글 속에서 끝까지 항전했다고 한다. 4차 산업으로 대표되는 기술혁명의 시대에 일의 미래는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3차 산업으로 시작한 전쟁은 이미 끝났는데 여전히 정글 속에서 항전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할 것인가? 일의 미래가 제시하는 우리 경제에 관한 진단과 분석들은 단순히 우리가 선진국 모형으로 도약하기 위한 미래를 향한 제안서가 아니다. 이 책은 앞으로 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정글 속에서 다 함께 고사할 것인지, 아니면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할 기술혁신의 신세계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일의 미래에 대한 이러한 평가가 과장되어 있어 보인다면, 조금만 더 고개를 돌려 전 방위에서 이루어지는 혁명의 전언들을 들어보자. 저자는 현재의 시점에서 그 소식들을 4가지 키워드로 전해주고 있다. 일의 미래는 저성장 시대, 인구 마이너스 (또는 오너스), 그리고 기술빅뱅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개편될 전 세계 산업과 경제의 미래를 최신의 빅데이터 자료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가 진단하고 있는 미래의 일자리 모형을 알기 위해 나는 이런 통계와 자료들을 한 번쯤은 반드시 읽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파편적인 소식들을 막연히 혼자서 조합하는 것보다, 정합적인 어떤 시각을 통해 핵심적인 정보들을 정리하고 있는 전문가의 통찰이 그 어떤 시대보다 필요한 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위의 진단과 분석들은 현재의 우리 경제와 산업의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제시된 4가지 흐름들이지만, 이것들을 묶을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저자는 일의 미래를 바꾸는 결정적인 4가지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는 셈이다. (1) 저성장의 고착화는 한계기업으로 분류되는 부실기업들의 증가와 소비위축을 부르며 뉴노멀(new-normal)이라는 새로운 정상 상황을 만들었고(pp. 38-57), (2) 인구절벽은 고령사회화와 생산 가능한 인구수의 감소, 주택시장의 위축과 더불어 소비절벽을 동반하면서 1인 가구의 형태와 그에 따른 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pp. 58-85), (3) 기술빅뱅으로 인한 산업 간의 경계 허물기는 해당 기업의 생태계를 새롭게 재편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기업만이 아니라 산업구조 전체를 흔드는 총체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과(pp. 86-115), (4) 인공지능 시대의 로봇화에 따른 중간층 직업의 하락률은 비정형 인지로 분류되는 일자리 산업을 창출하는데, 한국의 노동시장은 이미 로봇형 산업에 유연화 되어 있는 노동시장에 진입해 있다는(pp. 116-143) 것이다.

 

물론 미래의 일자리나 경제문제를 분석하고 있는 책은 달마다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갖는 차별성은 현시대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그 대책을 개인과 사회제도 양쪽에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대기업의 오랜 구조적인 문제와 입시위주의 교육문제를 다루고 있는 뼈아픈 질책들은(pp. 228-273), 한국경제의 양극화 현상과 복지제도 개선 등과 관련된 저자만의 깊은 통찰의 결과물일 것이다. 아무튼 2부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개인의 대책을 크게 요약하자면 자아실현과 개인의 소득증대에 관한 방향이라 할 수 있고, 기업에는 기업의 성장과 사회기여라는 관점의 방향이라고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너무나 기본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대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핵심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쉽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먼저 기업의 변화와 대책을 말하기 전에 전제되어 있는 정보는 기업이 성장해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p. 149)에 있다.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들이 보여 주는 예고된 몰락 속에서, 이 전언만으로도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과 신규 일자리의 향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쇠퇴기 산업이 되어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과 이미 대규모 해고가 들어간 조선업계,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산업과 테슬라의 성장에 대한 지난 분석과 전망들은 현재 한국 기업들의 미래지수 평가가 낙제점이라는 것을 보여 주지만, 동시에 어느 산업에 무엇을 투자해야 하는지를 유럽, 미국, 중국 등의 성공 사례를 통해 재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

 

그 다음으로 개인에게 해당되는 전언은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아라”(p. 192)에 있다. 그동안 개인들에게 쌓여 있었던 대기업 취직과 평생직장 개념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일의 DNA’와 얼마나 맞지 않는 방식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드는 소식이다. 또한 나에게 여러 번의 생애전환기가 있다는 것으로 사고를 전환한다면, 행복과 생존의 영역이 겹쳐질 수 있는 기회를 왜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 준다. 개인적으로 약자의 전략이라는 표현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기존에 간과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대안적인 전략으로써 약자의 전략은 기업은 물론 개인 사업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모범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적으로 나에게 무엇이 틈새시장인가?”를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만, 이 틈새시장이 갖고 있는 잠재력이 미래 산업에서 더욱 강력해졌다는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한창 메타인지학습법의 중요성이 부각되던 시기가 있었는데, 메타인지는 단순히 공부영역에만 적용할 수 있는 학습법이 아니다. 메타인지의 핵심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른가부터에 대한 자기이해와 반성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일의 미래를 통해 한국사회의 경제와 산업의 위기, 그리고 그에 관한 대책들을 새롭게 확인하거나 반성해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4차 산업의 미래가 예측을 넘어서서 이미 정해져 있는 하나의 사실이 되었다 할지라도, 그 사실이 나의 미래를 정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이 가져올 나의 미래가 무엇인지를 저자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것이 5년 뒤에 내가 서 있는 곳을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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