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20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 2(지역민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1. 2. 3. 13:56

본문

독서후기 대상도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편]

2020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지역민 부문)을 수상한 유경진 님의 독서후기 '고대에서 퍼 올린 위기극복의 비책-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편을 읽고'입니다.

 

고대에서 퍼 올린 위기극복의 비책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편을 읽고

 

  요즘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말 중에 이런 말들이 있다. “진지충”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상고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로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는 이들을 벌레로 표현할 정도로 요즘 세대들은 진지함과 사색함을 조롱한다. 만일 조금이라도 자신을 가르치려 든다면 더욱 큰 소리로 비아냥거린다. 보고, 듣고, 느끼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표현하는 스마트 세대들은 진지할 틈이 없이 없다. 사색할 겨를도 없다. 요즘 세대를 비하하는 발언이 아니다. 걱정이다. 요즘 세대들은 앞으로 생명체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어 가면서 좀 더 나은 인간, 곧 트랜스 휴먼의 시대에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부분 담당해 나가게 될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런 세상 속에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요구받게 될 것인데 정작 스스로 인간과 사회, 역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비아냥거리다 못해 아예 외면해 버리고 있다. 이런 걸 고민하는 사람들을 벌레 형 인간으로 치부하는 세대들에게 채사장은 고대의 위대한 스승들과 함께 찾아왔다.

 

  이 책은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라는 부제를 달고 호기롭게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고대 이전의 거대한 사상의 흐름을 잡아내고 있었다. 사실 쉽게 손이 가지 않을 분량의 책이었다. 게다가 아우르고 있는 세월 역시 너무 방대하고 중심에 흐르고 있는 주제 역시 부담스러웠다. 그런데도 “넓고 얕은”이라는 수식어에 끌려서 일단 프롤로그를 펼치고 나자 어느새 에필로그를 읽고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듯 자아와 세계의 관계를 동양과 서양의 위대한 스승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읽고 사색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요즘 세대를 위해 간단한 도식과 그림들을 중간마다 넣어서 읽은 내용을 시각화시켜 줬다. 각 분야별 중간 정리와 최종 정리는 그야말로 훌륭한 안내문이며 요약문이었다. 만일 누군가에게 책의 내용을 요약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면 그냥 각 분야의 최종정리편을 가져 다 쓰면 될 것이고, 작가가 책을 쓴 목적을 정확하게 알고 싶으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읽는다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저자 스스로는 책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전혀 얕지 않은 지식이다. 저자는 그 지식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지혜의 양탄자를 만들어 냈다. 독자는 그가 만든 지혜의 양탄자를 타고 고대를 넘어 오늘을 살아낼 또 다른 지혜를 찾아 떠날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껏 자신의 눈을 덮고 있던 모든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 던지고, 국경이나 종교의 차이마저 훌쩍 넘어서 위기에 처한 인류를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이유를 찾게 해 주었다.

 

  현재 인류는 유례없는 감염질환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로 인한 인명피해는 물론 경제적인 손실을 계산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위기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정치는 양극으로 갈라져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싸우고, 검찰과 법무부가 힘겨루기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도와 덕이 사라지고 예와 인이 사라지고 생로병사의 이치 속에서 여전히 고통받으면서도 유토피아를 꿈꾸고, 천국을 갈망한다. 현재의 삶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제힘으로 그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절망하고 더욱 괴로워하고 있다. 무엇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누가 우리의‘셰르파’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채사장은 인간의 내면에 그 해결책이 있다고 말한다. 고대의 위대한 스승들이 그 깊은 내면에 출구가 있고, 그 출구는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해준다고 말한다. 생각처럼 쉽지 않은 말이다. 모든 현상이 개인의 가치관에 의해 뒤틀리고, 왜곡된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을 따른다고 말하는 이들조차 자신들의 이익과 권리를 위해 얼마든지 그 가르침을 이용하는 현실이다. 살길을 만드는 행위 역시 욕망의 연장선 위에 있기에 오히려 더 위험한 길로 이끌 뿐이다. 채사장은 그 이유를 우리가 반쪽의 세계밖에 모르기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이원론이라는 작은 섬에 갇힌 채 나의 내면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물질세계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이 위기의 순간을 이겨낼 힘이 없다는 것이다. 인류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위대한 스승들은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생각을 이끌고 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자아와 세계를 하나로 인식하는 일원론이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원론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요즘 세대들에게 내면세계와 자아에 대한 고민은 어려운 주제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채사장은‘진지한’ 태도로 내면세계를 향해 나아가라고 당부한다. 특정 세계관이라는 감옥 대신 수 많은 세계관의 근원적인 관념인 일원론만이 이 세계를 위기로부터 건져낼 수 있다고 우리를 설득한다.

 

  “내가 쥐고 있던 세계관을 내려놓을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책을 썼다는 채사장의 집필 의도는 성공했다고 본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익숙한 내가 노자와 공자에 관심을 갖고, 베다와 불교에 담긴 고대 스승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견고해지는 나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것을 멈추고, 대신 지금껏 만난 적 없는 또 다른 세계관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타인에 관한 관심과 이해를 시작해 보려 한다. 다 읽은 책은 요즘 세대인 딸아이가 고대에서 퍼 올린 위대한 스승들의 위대한 사상의 단물로 목을 적시고, 깊은 내면의 세계로 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짧은 메모와 함께 책상에 슬그머니 올려놓았다. 요즘 세대인 딸아이와 ‘지적대화’를 나눌 날을 기다려본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