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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독서후기 공모전] 우수상 2(시도민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4. 2. 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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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아버지의 해방일지]

2023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시도민 부문)을 수상한 구슬아 님의 독서후기 '사회주의 혁명가들은 정말 실패했을까?'입니다.

 

사회주의 혁명가들은 정말 실패했을까?

 

계절이 바뀌었는데 기분도 전환할 겸 티셔츠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생각 옆에 돈은 없고 내 인생을 왜 이렇게 처량할까 하는 세상 쓸모없는 자기비탄이 피어났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제목에 나온 아버지는 대한민국 해방 이후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전남지역 산에서 투쟁을 벌인 흔히 말하는 빨치산이었다. 이 혁명용사의 이야기는 나를 하염없이 부끄럽게도 했다가 나를 따뜻하게 위로도 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중간중간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며 눈물을 참기도 여러번이었고, 때로는 끅끅 소리내어 한참을 울다가 다시 책을 읽기도 했다.

 

세상 사는데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진리는 나에게 있어, 선천적인 무슨무슨 결핍증 마냥 자꾸 체화되지 못하고 빠져나갔다. 그리하여 나는 주기적으로 영양제를 복용하듯 책이며 강의를 통해 세상 사는데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진리를 나에게 주입시키는데, 2023년 가장 효과적인 영양제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이데올로기, 사회주의 이런 것들은 하나도 머리 속에 남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몸, 가족까지도 모두 바친 혁명가들의 어떤 진심이 나를 토닥여줬다. 아버지가 사회주의 운동을 하며 겪었던 동지들의 무수한 죽음을 읽을 때 나도 마음이 힘들고 아팠다. 나는 고작 내 인생을 더 풍요롭게, 더 잘나보이게 살고싶어 안달인데 저들은 누가 떠밀지도 않았는데 왜 스스로 산으로 들어가 사회운동을 했을까? 그 마음은 무엇일까? 분명 자신의 선택으로 자기 가족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을 알았을 텐데 혈육을 포기하면서 그들이 이루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등의 의문들이 줄지어 떠올랐다. 내 일신의 안정, 출세가 아닌 역사의 진보, 어려운 이들이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던 사람들. 그러나 진보는커녕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목숨을 거둔 사람들. 그들이 바보일까? 내가 어리석은 것일까?

 

나는 무엇에 고통받고 고뇌하는가 생각해 보았다. 언제든 꺼내어 쓸 수 있도록 통장에 예치된 몇백만원의 현금, 명품이라 불리우는 고가의 사치품들, 대기업의 이름이 붙은 10억 원대 아파트. 이것들을 모두 가지면 나는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물질에 끌려다닐 것인가 라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자 하염없이 눈물이 났지만, 사회주의자 아버지의 일생을 들여다 보니 내 처지가 좀 괜찮게 느껴졌다. 누군가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쳐, 전쟁의 걱정 없이, 총칼의 위험 없이 안전하게 살고 있는 지금이 얼마나 평온하며 얼마나 당연한 것이 아닌지 비로소 느낀 것이다.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단지 알기만 하는 것은 아무리 머릿속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어도 납득이 안되는 것들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아버지의 이웃에 대한 자발적 호구와 같은 베풂과 따뜻한 정은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나 스스로 깨닫게 해주었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하여 앞만 보고 외롭게 내달릴 것이 아니라, 이웃과 나누고 서로 도움으로써 연대하는 것이 잘 사는 것임을 아버지는 몸소 증명해 보였다. 구례의 시골집 한 채, 친척들에게서 물려받은 헌 옷, 평생 마신 술은 무조건 단일종목 소주 등 아버지의 검소한 생활은 수 많은 경쟁 속에서 항상 더 노력해서 더 많이 쟁취해야 한다고만 알고 있던 나에게 이만하면 충분하다, 괜찮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렇지만 내가 이 책의 다정한 사회주의자 아버지 같은 사람으로 내일 당장 새로 태어나 이웃의 할머니에게 다가가 말벗을 해드리고 얼마의 물질적 도움을 주는 것은 솔직히 자신없다. 그래서 좁디 좁고 인색한 내 마음으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꼼수를 내보았다.

 

국가와 지방정부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자 수많은 법령을 만들고 행동한다. 물론 그 보호라는 그물망에도 구멍은 있어 어려운 이웃을 다 구원해주지도 않고, 설사 어떤이가 그물에 걸렸다 하더라도 행복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국가와 지방정부는 권위과 조직력, 자본도 가진 우리의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이 이웃이 강자들에게 종속된 괴물이 되지 않고, 가난하고 추운 이웃을 가까이에서 보살피고 있는가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것, 한 발 더 나아가 어서 가서 보살피라고 채근하는 것부터가 평생을 손해보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살아왔던 내가 할 수 있는 첫 발걸음 일 것 같다.

 

기록도 되지 않고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죽어간 수 많은 사회주의자들의 염원은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일 것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부의 편중이 낳는 상대적 박탈감과 무기력에 대항하는데 있어, 작가는 파라만장한 아버지의 일생에 친절한 해설을 달아 인생에는 이런 해답도 있다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지리산과 백아산에서 숨진 수많은 사회주의자들의 희생은 완전한 실패가 아니라 2023년에 부활하여 숨쉬는 가르침이자 본보기며,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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