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의 남아프리카,
옛것과 새것이라고 희망했던 것 사이의 불안한 틈
『추락』은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의 현실을 다룬다. 쿳시가 『추락』의 집필을 시작한 1994년은 남아프리카의 분수령이 되는 해였다. 남아프리카에서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받던 흑인들은 비소로 인간이 되었다. 만델라 정부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발족시켰고, 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에서 인권침해와 폭력을 저지른 자들이 청문회에서 자신의 범죄를 소상히 밝히면 사면해주었다.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화해와 용서의 정신이었다. 과거 청산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던 국가들은 남아프리카의 사례를 본받고자 했다.
쿳시는 이런 남아프리카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다. 모두가 남아프리카의 행보에 찬사를 보낼 때, 그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필두로 정치계가 제안하는 강제적인 화해 방식에 의문을 품었다. 고통의 역사와 그것의 후유증이란 하루아침에 해소되지 못할 터였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청산해야 할 잔재와 새로운 시대의 희망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틈을 예리하게 인식하며 남아프리카가 진정으로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들어섰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소설을 “사유의 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쿳시에게 『추락』은 과거의 옛것과 새것이라고 희망했던 것 사이의 불안한 틈에 대한 성찰적 사유인 것이다.
<저자 소개>
194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났다. 케이프타운대학교에서 수학과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영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기도 했다. 1965년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고, 약 3년간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강의한 뒤 남아프리카로 돌아와 케이프타운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2년 정년퇴임 후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해 애들레이드대학교와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1974년 『어둠의 땅』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한 쿳시는 1977년 두번째 소설 『나라의 심장부에서』로 남아프리카 최고의 문학상인 CNA상을 받았고, 1980년 출간한 『야만인을 기다리며』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83년 『마이클 K의 삶과 시대』로 첫번째 부커상을 수상했다. 2003년 “정교한 구성과 풍부한 대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서구문명의 도덕적 위선을 날카롭게 비판했다”는 평과 함께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200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 훈장을 수훈했다. 에트랑제 페미나상, 예루살렘상, 아이리스타임스 국제소설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추락』(1999)은 백인 정권에서 흑인 정권으로 권력이 이양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배경으로 추문에 휩싸여 추락한 중년의 백인 교수가 자신과 딸의 명예를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쿳시의 대표작이다. 쿳시는 이 작품으로 한 작가에게 두 번 수여하지 않는다는 전례를 깨고 두번째 부커상을 수상했다.
<목차>
추락 7
해설 |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얼음도끼 309
J. M. 쿳시 연보 323
당신의 방에 아무나 들이지 마라 / 스튜어트 애머리 (1) | 2025.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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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의 팡세 / 에밀 시오랑 (1) | 2025.0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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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이해의 역사 / 앙리 베르그송 (0) | 2025.0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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