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금남로의 주인공은 나야! 나! 정충신의 금남집

유용한 정보(Tips)

by CNU Lib newsletter 2025. 3. 7. 17:33

본문

금남군 정충신의 시문집 만문집

 

신분제가 엄격한 조선시대 천민으로 태어나 명장의 승전보를 임금에게 알린 공으로 면천이 되고 명재상을 스승으로 삼아 무과에 급제하여 큰 공을 세워 공신에 봉해진 사람이 있다면 쉽게 믿어질까?

 

심지어 이 사람은 얼굴이 매우 아름답고 말도 잘해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인물이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이라면 개연성이 없다고 질타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인물은 조선시대 중기 실존했던 무장이며 우리 광주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바로 광주 금남로의 주인공, 금남군 정충신(鄭忠信, 1576~1636)이다.

 

금남군 정충신 영정(충청도 서산 진충사 소장)

 

정충신의 자는 가행(可行), 호는 만운(晩雲)으로 고려말 수군의 명장 정지(鄭地)9대손으로 알려졌으나 정지부터 정충신 아버지인 정윤으로 이어지는 가계는 불명확하다. 다만 어머니의 신분이 미천하여 어린 시절에는 천민(賤民)이었다고 전해지며 조선왕조실록에는 아전(衙前)으로 기록되어 있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부산에 상륙한 일본군은 파죽지세로 조선을 휩쓸었다. 한양을 점령한 일본군은 군을 나누어 곡창지대인 전라도를 공략하는데 바다에서는 이순신에게 막히고 육지에서는 권율이 이치전투에서 일본군을 막아냈다.

 

이치전투의 승전을 알리는 장계를 선조가 피난한 의주 행재소로 보내야 하는데 아무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 선조가 있는 의주까지 가는 길은 이미 일본군이 가득 들어차 있어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지원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때 권율의 노복(奴僕)으로 종군하던 정충신이 이 일에 자원하여 대나무통에 장계를 숨기고 홀로 길을 떠나 20여 일 만에 의주에 당도하여 선조에게 장계를 올렸다.

 

조선군의 계속되는 패전으로 명나라로의 망명을 고려하고 있었던 선조에게 큰 승리를 거둔 권율의 장계는 가뭄 끝에 단비와도 같았다. 선조는 크게 기뻐하며 사지를 뚫고 장계를 전달한 정충신을 면천(免賤)시켜 양인(良人)으로 삼았다.

 

양인이 되어 신분의 굴레를 벗어던진 정충신은 권율의 사위인 병조판서 이항복의 문하에 들어 학문을 익혔고 이듬해 무과에 급제하여 관직에 나섰다.

 

광해군 때는 명나라와 일본에 사신으로 다녀왔고 만포첨사를 지내며 실리외교를 바탕으로 북방을 지키는 등 외교와 국방, 첩보활동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인조 때 이괄의 난을 진압하는 공을 세워 진무공신(振武功臣) 1등으로 금남군(錦南君)’에 봉해졌다.

 

광주의 중심지이며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이기도 한 금남로(錦南路)’는 정충신의 군호인 금남군에서 유래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광주의 경제적 중심지는 본정(本町)’, 정치적 중심지인 전남도청 앞길을 명치정(明治町)’이라 불렸다. 명치는 일본 천황의 연호인 명치에서 딴 것이기 때문에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색이 강한 명칭을 바꾸는 것은 매우 시급한 문제였다.

 

1947년 열린 동명개칭작업을 통하여 본정(本町)은 임진왜란 의병장 충장공(忠壯公) 김덕령(金德齡)의 시호(諡號)를 따서 충장로, 명치정은 금남군 정충신의 군호를 따서 금남로로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충장로는 김덕령의 시호에 따랐고 금남로는 정충신의 군호에 따랐다는 점이다. 정충신은 시호를 받지 못해서 그랬을까? 아니다. 1685년 숙종은 정충신에게 시호를 내리는데 이 때 내린 시호가 다름아닌 충무(忠武)’였다. 조선시대 충무라는 시호를 받은 인물은 모두 9명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충무공은 이순신의 대명사이다. 때문에 정충신의 시호를 따서 충무로 명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군호를 따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인목대비 폐비에 반대하다 함경도 북청으로 귀향가는 스승 이항복을 따라 유배길을 함께하고 북청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유배일기

 

도서관에서는 정충신의 문집인 <만운집> 이외에 스승인 이항복의 유배길과 생활을 기록한 <백사선생북천일록>도 소장되어 있으며 모두 도서관 2층 로비 '이달의 고서 코너'에서 3월 한 달 동안 감상할 수 있다.

 

※  2025년 이달의 고서는 고문헌 기획전 <도로 위의 위인들(광주 도로명의 유래)>와 연계됩니다. 도서관 5층 고문헌 자료실을 방문하시면 충장로, 금남로, 설죽로 등 우리 주변의 익숙한 도로명이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고문헌을 통하여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만운집, 백사선생북천일록 전시 안내

- 장소: 중앙도서관 2층 로비

- 전시기간: 2025. 3. 1. ~ 3. 31.

- 관람시간: 9:00~18:00(토요일, 일요일 제외)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