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재집은 조선 전기 문신, 청백리, 시인인 박상(朴祥, 1474~1530)의 시문집이다.
박상의 호인 눌재(訥齋)는 ‘말이 서툴거나 어눌하다’라는 의미로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강직하고 굳세며 질박하고 어눌함은 인에 가깝다(子曰 剛毅木訥 近仁)”는 구절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자기를 겸손하게 표현하는 한편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극복하고자 노력한다는 뜻도 담고 있어 박상 이외에도 조선시대 많은 선비들이 자신의 호로 삼았다.
그런데 눌(訥)에는 “꾸밈없이 바른 말을 잘한다“라는 뜻도 있다. 늘 바른 말을 하고 실천하며 강직한 인생을 살아간 박상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말이다.
박상의 본관은 충주(忠州), 자(字)는 창세(昌世), 호는 눌재(訥齋)로 1474년(성종 5) 광주 방하동(서구 서창동 사동마을)에서 태어났다. 1501년(연산군 7) 식년문과 을과로 급제하여 교서관정자(校書館正字), 시강원사서(侍講院司書), 병조좌랑(兵曹佐郎) 등을 지냈고 1506년 외직(外職)인 전라도사(全羅都事)로 부임하였다.
이 당시 연산군은 전국에 채홍사(採紅使)를 파견하여 아름다운 처녀를 모아 궁중으로 들였는데 나주 출신 천민 우부리의 딸이 연산군의 총애를 받아 후궁이 되었다. 우부리는 딸을 믿고 남의 전답을 빼앗고 폭행을 일삼는 등 온갖 못된 짓을 일삼았지만 이를 다스려야할 전라도관찰사, 나주목사도 우부리의 딸이 두려워하여 우부리를 방치하고 있었다.
관찰사를 보좌하는 전라도사로 부임한 박상은 잘못된 권력에 굴하지 않고 우부리를 잡아 나주 금성관에서 법대로 장형(杖刑, 곤장을 치는 형벌)을 집행했고 우부리는 곤장을 맞아 죽고 만다.
야사에 따르면 박상이 우부리의 죄상을 조정에 알리고 사직을 청하기 위하여 서울로 향하던 중 장성 입암산 근처에서 고양이가 나타나 따라오라는 식으로 울었다고 한다. 고양이를 따로 큰 길을 벗어나 샛길로 접어든 박상은 마침 그를 체포하기 위하여 우부리의 딸이 보낸 금부도사와 길이 엇갈려 버렸다.
구사일생으로 위기를 벗어난 박상이 고양이를 따로 도착한 곳은 금강산 정양사였다. 박상은 이 곳에 숨어지내다 1506년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물러나고 중종이 등극하자 서울로 돌아왔다. 훗날 박상이 정양사에 땅을 기증하여 고양이를 보살펴 주도록 하였는데 이를 고양이의 밭(묘답, 猫沓)이라고 불렀다.
박상은 중종반정 이후 다시 관직에 나섰으나 훈구파 공신의 전횡을 탄핵하고 폐서인 된 중종의 왕비 단경왕후 신씨의 복위를 상소한 일로 중종과 훈구파 모두에게 미움을 사 다시 나주 남평으로 유배되었다.
성품이 강직하고 불의를 참지 못했던 박상은 벼슬에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충언을 아끼지 않았고 이 때문에 당시 권력자들의 눈 밖에 나 벼슬을 그만두거나 외직을 떠돌았다.
1529년(종종 24) 나주목사를 마지막으로 관직을 떠난 박상은 고향인 광주로 돌아와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청렴하고 강직함을 인정받아 청백리에 녹선되었고 성현, 신광한, 황정욱과 함께 서거정 이후 문장이 뛰어난 네 사람으로 꼽혔다.
영조 때 내려진 시호는 문간(文簡)으로 조카인 사암 박순과 함께 광주 월봉서원에 배향되었다. 박순의 시문집인 눌재집은 1547년(명종 2) 석천 임억령이 주도하여 초판이 간행되었고 숙종 때 중간되었다. 정조는 박상의 시를 높이 평가하여 눌재집을 다시 간행하게 하였고 1843년(헌종 9)에는 광주목사 조철영이 누락된 시문을 수습하고 글자를 다시 새겨 광주에서 간행하였다.
도서관 소장본은 1843년 간행된 판본으로 이 때 문집을 만들기 위하여 새긴 목판이 광주광역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현재 광주역사민속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서구 서창IC입구에서 시작하여 남구를 지나 나주 남평으로 연결되는 ‘눌재로(訥齋路)’는 박상의 호인 ‘눌재’에서 유래하였다.
※ 눌재집 전시 안내
- 장소: 중앙도서관 2층 로비
- 전시기간: 2025. 5. 1. ~ 5. 31.
- 관람시간: 9:00~18:00(토요일, 일요일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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