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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 때 학자 식산 이만부의 서화첩 누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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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NU Lib newsletter 2020. 9. 3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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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항도는 조선 숙종 때 학자 식산 이만부(1664~1732)가 경상도 상주 노곡에 식산정사를 짓고 은거생활을 하며 일상의 정취를 그림과 시로 묘사한 서화첩이다.

 

누항(陋巷)의 사전적 의미는 좁고 더러운 골목을 뜻하나, 자기가 사는 집을 겸손하게 표현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대대로 서울에 거주하던 이만부는 남인 계열의 학자로 숙종 때 갑술환국으로 남인이 몰락하자 경상도 상주로 낙향하여 저술과 강학에 몰두하였다. 미수 허목에서 이어지는 남인 학맥의 정통을 이었고, 성호 이익 등과 교유하며 근기지역 실학파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누항도는 전형적인 문인화의 형태를 갖추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유행하기 시작하는 진경산수화의 면모와 풍속화적인 모습도 드러나는 과도기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식산정사도(息山精舍圖): 식산정사 전체를 조망한 그림으로 식산정사와 주변의 풍경을 묘사. 뒤에 1700년 무렵 식산정사를 조성한 내력을 쓴 노곡기(魯谷記)17141월 화재가 발생한 뒤 이를 복구하는 과정을 기록한 노곡후기(魯谷後記)가 있다.

 

연거(燕居): 간지정(艮止亭)에 한가로이 앉아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긴 이만부 자신을 묘사.

 

회우(會友): 간지정(艮止亭)과 양정재(養正齋)에 벗들과 둘러 앉아 강학을 하고, 담소를 나누는 이만부가 꿈꾸는 이상적인 은거생활에 대한 모습을 담고 있다.

 

의장(倚杖): 지팡이를 짚고 서산에 지는 해를 바라보는 쓸쓸한 이만부의 모습과 소를 몰고 돌아오는 목동을 함께 묘사한 풍속화적 요소가 두드러진다.

 

종수(種樹): 나무를 심기 위해 땅을 파고 나무를 고정시키고 물을 주는 일련의 장면과 이를 감독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묘사. 함께 수록한 시는 꽃과 대나무 가지에서 도()의 세계를 발견하고 형상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농(課農): 써레질하고 쟁기질하는 농부들과 이를 바라보는 이만부의 모습을 풍속화적 기법으로 묘사. 실학자로서 중농주의적 관점이 드러난 것이라 평가된다.

 

수조(輸租): 추수 후 세금을 걷기 위해 문 앞에 서 있는 관리, 이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만부,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세금을 내야하는 농부의 근심어린 걱정. 납세와 관련하여 3자의 이해관계를 생동감 있게 묘사. 시는 당시 농민의 각박한 현실과 조세에 관한 이만부의 관점이 잘 드러나 있다.

 

누항도 화첩에는 이 밖에 강학(講學), 수서(修書), 사전(寫篆), 탄금(彈琴), 투호(投壺), 보정(步庭), 관어(觀魚), 탁천(濯泉), 치포(治圃) 등의 그림과 시가 더 있었으나, 현재는 떨어져 나가 화첩에서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유실된 그림과 시가 남아 있었더라면 18세기 지방에 은거한 학자의 생활과 추구하던 이상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 완전한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 탁천(濯泉)은 화첩과 떨어져 낱장으로 세상을 떠돌다가 2014년 서울의 한 경매사 사장님이 기증하여 도서관으로 돌아와 다시 하나가 되었다. 탁천 그림 하단에 金應煥寫라는 글귀가 남아 있는데, 낱장으로 유통될 당시 화가를 알 수 없어 18세기 후반 활발하게 활동했던 도화서 화원 김응환의 그림이라고 소개되었던 것 같다.

 

긴 세월을 돌아 다시 하나가 된 탁천처럼 언젠가는 나머지 8장의 그림과 시도 돌아와 완전한 서첩의 모습을 갖추게 될 날을 꿈꾼다.

 

누항도 전시 안내

- 장소: 중앙도서관 5층 고문헌 자료실

- 전시기간: 2020. 10. 5. ~ 10. 30.

- 관람시간: 9:00~18:00(토요일, 점심시간 제외:12:0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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