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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독서후기 공모전] 최우수상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1. 2. 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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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편]

2020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지역민 부문)을 수상한 조은미 님의 독서후기 '과학의 시대, 근원적 가르침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입니다.

 

과학의 시대, 근원적 가르침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

 

  다소 늦은 감에도 불구하고 인류 공동체를 위한 자성과 성찰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어지고, 여기저기서 보이는 작은 실천들은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 기후 변화와 같은 급박한 위기에 당면한 인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중요한 화두 앞에서 나 또한 동시대인으로서 지금의 상황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은 이러한 상황을 꿰뚫어 보고 현 인류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에 대한 가르침을 미리 주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현실과 그것의 바탕이 되는 현실 너머에 대해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이 세계를 통찰하는 안목의 필요성을 역설한 작가는 이제 다시 현실 세계에만 갇혀 갈 길을 잃은 인류가 시선을 거두어 새롭게 바라봐야 할 초월의 세계를 활짝 열어젖혔다. 차분하고 냉철하며 논리적인 그의 안내의 종점에서 필자가 얻은 결론은 결자해지(結者解之), 인류가 저지른 일은 인류가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해답을 이미 인류가 가지고 있었고, 안타깝게도 승자의 정치 역학 속에서 일방적으로 지워지기를 강요당한 채 오랜 시간 동안 잊히고 말았다. 작가는 ‘세계와 자아의 일치’라는 보편적 진리를 마치 감추어진 비밀을 풀어내듯 소환시킨다.

 

  소위‘축의 시대’를 완성한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이 각기 다른 시대와 문화와 사회 현상 속에서 설파한 사상이 하나의 주제로 일치된다는 사실은 놀랍지만 어쩌면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들의 사상의 핵심은 결국 인간의 궁극적인 삶과 세계에 대한 탐구로서 그것은 바로 인류 보편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일깨우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작가는 18세기 유럽의 지성 칸트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21세기를 사는 인류에게 코페르니쿠스적 관점의 변화로써 위대한 스승들의 ‘근원적 가르침으로의 회귀’‘근원적 가르침에 대한 재 탐구’를 요청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첨단 과학의 시대를 사는 인류가 현실 넘어와 초월의 세계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도직입적으로 현재의 위기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 현재 인류에게 뾰족한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며,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물리적 현실과 정신적 세계 그리고 초월의 세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과 그것들은 모두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에는 지금의 위기와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잊혔기에 이러한 변화에 대한 시도가 다소 낯설고 어려울 수 있지만 한번 해 볼 만한 근거는 그들의 가르침이 인류의 태곳적 근원과 닿아있기 때문이다. 뼛속까지 실재론자인 지금의 인류에게 감각할 수 없는 초월적 세계를 알아가는 일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작가 또한 현실을 타개할 확실한 대안으로써 초월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와 논리는 충분히 재고의 가치가 있으며 인류 공동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이원론의 한계를 온몸으로 경험한 인류가 반대급부로 일원론적인 가치를 무조건 좇아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서양의 이원론을 바탕으로 인류가 이룩한 문화유산에는 변함없이 지켜나가야 할 위대하고 소중한 사상적, 예술적, 정신적, 물질적 가치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이원론에서 기인한 인류의 치명적인 약점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평화와 정의와 공의의 이름으로 인류가 저지른 모든 악의 뿌리에는 인간의 끝없는 소유욕에서 싹튼 이기적인 탐욕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잊지 말자. 그러므로 이원론과 일원론을 두고 어느 한쪽 진영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작가의 통찰대로 인류라는 거인에게는 우뇌와 좌뇌가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좌와 우의 조화와 상생을 통해 비로소 인류는 21세기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필자의 의견을 한 가지 더하자면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겸손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겸손의 미덕이야말로 어두운 인류 역사 속의 폭력과 억압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겸손, 타 문화와 타 인종에 대한 겸손은 세계와 자아의 일치를 이루는 원동력으로서 공존과 상생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잠시 세계와 자아가 하나라는 사실에 주목해 보자. 그러면 수많은 역사적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현재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회복해야 할 인류의 근원적 본질과 사명 또한 무엇인지도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성찰의 여정에 위대한 스승들의 교훈과 가르침은 굳건한 푯대가 되어 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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