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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 1(재학생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1. 2. 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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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편]

2020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재학생 부문)을 수상한 김동윤 님의 독서후기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입니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오늘날 우리들은 고전과 교양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얄리얄리 얄라셩’ 같은 무슨 말인지도 알기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깨닫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으며, 수 만 명을 상회할 전남대학교 학생들 중에 과연 넓고 얕은 ‘교양’적 지식을 좁고 깊다고 할 수 있는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전공’적 지식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자주 삐딱선을 타곤 하는 나에게 이 책은 꽤 흥미로운 제목이었다.

 

  책장을 넘겼다. 소위 베스트셀러 같은 책들이 으레 그렇듯, 프롤로그부터 까다로운 이야기를 들고 왔다.. 코끼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파잔(phajaan)의 의식이다. 학대와 폭력이 주가 되는 이 잔인한 의식을 당하면서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환경에 순응하게 되는데 인간들은 코끼리에게, 서로에게, 자기 자신에게까지 이 의식을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인류를 위 의식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던‘위대한 스승들’과 그들의 ‘거대 사상’, 세계와 자아의 일원론에 관한 이야기란다.

 

  여기까지 읽고 들었던 생각은, 이 책도 다른 수없이 많은 교양서적들과 마찬가지로 지루하고 따분한 서적이라는 것이다. 아마 작년의 나라면 중간에 읽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올해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로 인해 평소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대부분의 수업이 원격으로 진행되면서 남는 시간을 사용해 페이지를 더 넘겼는데 책의 1장을 읽던 도중 이 책이 다른 교양서적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인류와 베다, 도가, 불교, 기독교, 등등의 주제로 목차가 구성되어 있기에 당연히 동·서양의 종교와 사상에 대한 사색적, 철학적 접근이 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리학적 이론의 발전과 과학적 사실 등의 배경을 함께 다루어 줌으로써 어떠한 사상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면서 인류의 서사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불현듯 나의 사고도 타임머신을 타고 지난 몇 년을 달리기 시작했다. 18년도에 전역을 두어 달 앞둔 즈음 놓아버린 꿈을 좇아 광주캠퍼스로 전과를 선택하고 아등바등 살아왔다.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내가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일을 하는 ‘주독 야경’을 하고있으니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경제적으로는 조금 안정되어도 성적이 떨어지고 수업에 따라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불면증과 무기력감에 지배당했다. 결국 복학하고 3학기를 버티다 다시 휴학을 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취방은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장소였다. 휴학하는 한 학기 동안 나는 들어야 할 수업도 없었으며 당장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돈도 있었다. ‘자유’라고 한다면 아직도 모호하지만, 살면서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멍하니 있다가도 읽고 싶은 소설을 읽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 한 친구를 만나고, 때때로 가까운 무등산을 무작정 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방학까지 7,8개월을 보내고 나서야 겨우 그 안락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페이지를 넘겼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의 구성을 ‘세계란 무엇인가?’, ‘자아란 무엇인가?’, ‘세계와 자아는 어떤 관계를 맺는가?’의 세 파트로 구성했다. 1,2장은 세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한다. 다중 우주, 빅뱅, 지구, 생명, 인류, 문명의 탄생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사한다. 3장부터 5장까지는 베다, 도가, 불교 등 인도와 동양의 스승들을 만났고 6,7장에서 철학과 기독교로 대표되는 서양의 위대한 스승들을 만났다. 138억 년이라는 가늠할 수 없는 우주의 역사를 아무리 잘 요약되고 정리된 내용이라 하더라도 한 번에 이해하고자 할 생각은 없다. 이 책의 저자 채사장도 천천히 나아가라 말하고 있다. 비록 느리더라도 언젠가 나의 내면 안에서 찬란히 빛나는 세계의 실체와 마주할 수 있으리라고.

 

  책의 마지막에는 거대 사상의 바다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운동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방법은 이러하다.

 

  “첫째, 세상의 목소리를 의심해야 한다. 가족, 학교, 사회, 국가, 종교, 미디어가 모두 당신을 위한 것이라며 당신을 주저앉히려 할 때, 당당히 ‘아니요’라고 말하고 그것에 마음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둘째,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이제 남는 시간을 이용해 내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넷째, 다음이 다라 앉았다면,, 깊은 정적 속에서 자기 자신과도 대화하지 않는 침묵의 순간을 경험해야 한다. 다섯째, 많은 날이 지나고 충분한 시간이 흘러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익숙해졌다면, 그것이 당신의 즐거움이 되었다면, 이제는 현실로 나아가야 한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경청하고, 말을 줄이고, 그 안에서 배우고, 너그러워져야 한다. 여섯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삶의 시간 중 언제 자아를 찾는 시간을 가질 것인다.. 일곱째,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세계가 나의 마음이라는 말의 실제 의미를.”

 

  우연의 일치인지,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작년 이맘때 내가 했던 일들과 비슷했다. 얼추 다섯째까지는 비슷하게 한 것 같은데 이제 두 가지 남은 걸까?? 길을 걸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자유가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스스로 부자유스럽게 살아가고, 그렇게 살아가기를 권장하며 자유로운 인간을 거부한다. 이 책을 통해 채사장이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을 부수고 새롭게 태어나라는 흔해빠진 동기부여가 아니다. 다른 누군가 혹은 다른 세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여 세계를, 우리가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일원론의 세계를 붙잡으라 말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당신이 세상을 보는 유일한 자이고, 세상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최후의 존재’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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