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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함이 남지 않게 하라! 무원록(無寃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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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NU Lib newsletter 2021. 7. 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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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법의학서이자 검시지침서 증수무원록

무원(無冤)!! 

원통함이 없게 하라!!

 

여기서 원통함은 죽은 사람의 원통함을 말한다. , 무원록은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없도록 전통사회의 과학적인 수사기법과 검시 지침을 담고 있는 법의학서이다.

 

원나라 왕여(王輿)가 지은 무원록은 고려말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세종 때는 이 책에 주석을 달아 신주무원록(新註無冤錄)을 간행하고 팔도에 배포하여 사건을 해결하는데 활용하도록 했다.

 

 

무원록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중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편찬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정과 맞지 않는 경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무원록 독살(毒殺) 항목에는 비상(砒霜)에 대한 언급이 없으나, 조선에서는 종종 비상을 사용한 독살사건이 일어났다. 선조(宣祖) 때는 검시관이 사인(死因)을 비상치사(砒霜致死)’라 적었는데, 사간원(司諫院)에서는 비상이 무원록에 기재되지 않은 분명치 못한 사인이라 하여 담당 검시관의 파직을 청하기도 했다.

 

 

, 왜란과 호란 이후 사회가 복잡해지고 범죄 수법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무원록을 대체할 새로운 법의학서의 출현이 요구되었다.

 

이에 영조(英祖)는 구택규(具宅奎)로 하여금 기존의 신주무원록을 조선의 실정에 맞게 재편집하고 그 동안 누적된 수사기법을 추가하여 새로운 무원록을 편찬하게 했는데 이것이 증수무원록이다.

 

정조(正祖)는 우리나라 선비들 중에 법률을 공부한 이가 드물어 송사(訟事)나 옥사(獄事)를 다스리는데 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함을 애석하게 여겨 구윤명(具允明)에게 증수무원록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다시 편찬하게 했다. 구윤명은 법률학자 김취하(金就夏)의 도움을 얻어 어려운 문구와 용어를 과감하게 삭제하고 조선의 실제 사례를 보충하여 증수무원록대전을 완성한다. 곧 이어 한글로 언해(諺解)하고 교서관(校書館)에서 금속활자 운각인서체자(芸閣印書體字)로 인쇄하여 반포했다.

 

한글로 번역된 증수무원록 언해본

 

이렇게 만들어진 증수무원록대전은 시신(屍身)의 검사 방법, 관련 공문서 작성법, 검사도구, 현장조사방법, 해부학적 지식 등을 담고 있어 조선 말기까지 검시(檢屍) 할 때 필수 서적으로 활용되었다.

 

증수무원록(좌)과 언해본(우)의 시형도 비교

 

이 책은 고전소설 장화홍련전의 탄생에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조선 후기 철산부사로 부임한 전동흘은 고을 내 배자수라는 양반의 두 딸 장화와 홍련이 차례로 자살을 한 사건을 접하게 된다. 계모 허씨는 장화가 처녀의 몸으로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하는 등 행동거지가 좋지 않아 이를 꾸짖자 자살을 했고 홍련도 언니를 뒤따랐다고 증언했다. 계모의 증언을 미심쩍게 여긴 전동흘은 무원록에 근거하여 다시 조사하고 시신을 검시할 것을 지시했다.

 

배자수와 계모 허씨는 양반 여식의 몸을 검시할 수 없다고 반대했지만, 전동흘은 이를 밀어 붙어 검시가 시작되었다. 무원록에 따르면 검시는 초검(初檢)과 복검(覆檢)을 실시하고 두 차례 검시의 결과가 다를 경우 삼검을 진행하도록 되어있다. 검시 결과 임신 후 낙태를 했다는 장화는 임신한 적이 없었고, 낙태한 태아의 형체는 쥐껍질을 사용해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이 사건은 자살이 아니라 재산을 둘러싸고 다툼이 잦았던 장화홍련 자매와 계모 사이의 갈등이 심해져 계모와 계모의 아들이 두 자매를 살해한 사실이 밝혀졌다.

 

무원록을 활용하여 억울하게 죽은 장화와 홍련의 사건을 해결한 전동흘은 백성들의 칭송을 받았고, 후에 이 사건을 배경으로 제작된 소설이 장화홍련전이다.

 

도서관에 소장된 무원록의 권수(卷首)에는 규장지보(奎章之寶)‘라는 큼지막한 도장이 날인되어 있다. 규장지보는 원래 정조의 명으로 만들어진 책에 찍는 어보(御寶)였으나, 1781(정조 5)부터는 주자소(鑄字所)에서 인쇄한 책을 신하들에게 하사할 때 내사인(內賜印)의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증수무원록대전 전시 안내

- 장소: 중앙도서관 5층 고문헌 자료실

- 전시기간: 2021. 7. 1. ~ 7. 30.

- 관람시간: 9:00~18:00(토요일, 점심시간 제외:12:0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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