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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肅宗)이 외삼촌에게 하사한 대학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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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NU Lib newsletter 2022. 1. 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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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4년 숙종이 외숙부 김석익에게 하사했다는 기록과 도장이 날인된 대학언해

 

대학언해는 조선시대 유학의 기본 경전인 대학(大學)을 한글로 번역한 책이다. 대학은 본래 예기(禮記)의 한 부분이었으나, 송나라 주희(朱熹)가 중용(中庸)과 함께 독립시켜 논어, 맹자와 함께 사서(四書)로 존중받게 된다.

 

고려말 성리학과 함께 전래되었고, 조선시대 유학을 공부하는 기본경전으로 한문본과 언해본이 여러 차례 간행되어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다. 워낙 많이 간행되었기에 현재 남아 전하는 판본도 많지만, 도서관 소장본은 다른 대학 판본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표지를 넘겨보면 책의 첫 머리에 선사지보(宣賜之寶)라 판독되는 범상치 않은 도장이 날인되어 있다. 조선시대 국왕이 신하에게 물건을 하사하는 것을 내사(內賜)라 하는데, 군주의 효율적인 통치수단임과 동시에 신하들과의 소통의 수단이기도 했다. 책을 하사할 때는 책의 첫 장에 반드시 도장을 날인하는데 이를 내사인(內賜印)이라 한다. 

 

표지 이면에는 내사인과 짝을 이루는 내사기(內賜記)가 있다. 내사기를 읽어보면 강희 23년(1684) 10월 16일 동지돈녕부사 김석익에게 대학언해 1건을 하사한다는 기록과 함께 우승지의 수결을 볼 수 있다. 1684년은 숙종 10년에 해당 되니 책을 하사한 국왕은 숙종이고 승정원일기를 보면 이 당시 우승지는 이인환(李寅煥)임을 알 수 있다.

 

선사지보(宣賜之寶) 조선시대 가장 일반적인 내사인이다. 우승지 이인환(李寅煥)의 수결(手決, 사인)

 

그럼 책을 하사받은 김석익은 누구일까?

김석익의 본관은 청풍으로 자는 여랑(汝兩)이다. 아버지는 현종의 장인인 청풍부원군 김우명이며, 현종의 왕비인 명성왕후의 동생이다. 동지돈녕부사는 돈녕부의 종2품 벼슬로 왕실이나 외척 중 품계에 해당되는 자가 임명되었다.

 

숙종은 현종과 명성왕후의 아들이니 숙종에게는 외삼촌이 된다. 숙종이 이 해 9월에 김석익을 총융사(5군영 중 하나인 총융청의 주장)에 임명하자 이를 두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를 임명했다하며 대신들이 반대가 심했다. 결국 10월 2일 김석익은 총융사를 사직하는 상소를 올리고 숙종은 '경이 아니면 이 어려움을 누가 감당하겠느냐'하며 사직을 만류한다.

 

대학언해의 내사기에 책을 하사한 사유는 적혀 있지 않지만, 날짜가 10월 16일이니 아마도 10월 초 사직 상소를 올렸던 외삼촌의 상심을 달래기 위해 내린 책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3년 뒤인 1686년 김석익이 세상을 떠나자 숙종이 매우 슬퍼하여 1등의 예장(禮葬)을 하도록 명했는데, 승정원에서는 이 일이 불가하다고 반대하여 2등의 예우에 따라 장사를 지냈다고 조선왕조실록은 기록하고 있다.

 

조선시대 무수히 많이 간행되어 현전하고 있는 대학언해이지만 책에 날인된 내사인과 내사기, 그리고 숙종과 외삼촌 사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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