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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 1(지역민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2. 2. 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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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2021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지역민 부문)을 수상한 한길수 님의 독서후기 '사람을 잃고 나는 쓰네'입니다.

 

사람을 잃고 나는 쓰네

 

  시인 기형도는 자신의 시 빈 집의 첫 구절을 이렇게 시작한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그가 사랑을 잃었다고 겨우 쓸 때, 그 사랑은 비단 사랑하는 사람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사랑을 잃을 때 우리는 우리의, 그리고 자신의 사랑도 잃고야 만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우리의 지난 삶으로 아프게 알고 있다. 이 후기의 제목이 기형도의 그것과 닮은 이유도 다르지 아니하다. 우리가 사람을 잃을 때, 그러니 타인을 잃을 때 우리는 자신의 일부도 잃고야 만다. 우리는 사회적 인간이므로, 사람들 속에서 사람으로 살아가며 사람을 마음에 얹어 붙였다가, 떼어낼 때에는 자신의 일부도 함께 떼어내는 것이다. 그 일련의 과정은 풍요로운 만큼 지난하다.

 

여기 사람을 잃은 사람이 있다.

 

  이 책이 올해의 한책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늘 그렇듯 당연히 연말 독서후기 공모전 대상 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정 직후 바로 구매했고, 간단히 읽었다. 당시에는 큰 울림이 없었다. 이해하고, 공감하고, 때로는 충돌해야만 한다는 그저 그런 책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때까지는 내가 사람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제목을 써내고야 마는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모전 기간이 되어 다시 읽어, 새로 읽고, 새로 쓴다.

 

사람을 잃고 나는 쓴다.

 

  마음과 마음이 충돌하는 관계의 최전방에서 저자가 살뜰히 엮어낸 이 책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전한다. ‘1. 자유로운 삶을 위한 인간관계연습에서는 우리가 관계에 관하여 쉬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하여 지적하며,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 관계를 살리는 공감대화법에서는 관계의 핵심인 말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3. 단호하게 나를 지키는 마음연습에서는 이 책의 제목인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에 걸맞게, 건강한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실제적인 연습법을 제시한다. 책의 주제만큼이나 마음가짐은 물론인데, 의외로 마음가짐에만 국한된 연습법은 아니었다. 저자는 마음만큼이나 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찍 일어나고, 운동을 하고, 미루지 않는 사소한 일들이 생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 사이사이에 독자가 내용을 채워 넣으면서 관계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의 그런 배려 덕분에 이 책은 그저 관계에 관한 이론서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연습을 할 수 있는 참고서의 느낌을 주게 된다. 실제로 나도 그 칸을 채워 넣으면서 내가 봉착한 관계의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었다. 그 부분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독서후기를 읽으시는 분들에게도 주저하지 말고 딱 한 번만 시도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이 책은 그제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책을 잘 읽고 잘 쓰는 것이 이 책의 본질이다. 사람을 잃고 내가 책에 책을 쓰는 동안, 관계(關係 : 빗장을 걸다)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빗장은 열리고 또 걸렸고, 그 사이로 바람이 시간처럼, 어깨처럼 끊임없이 들썩거렸다. 나는 몇 번이고 너를 미워했다가, 너를 사랑했다가, 나를 싫어했다가, 나를 용서했다가 했다. 거기서 그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나를 지켜서 너를 지키고, 너를 지켜서 나를 지키기 위해 말이다.

 

  세상에 관계에 관한 책들은 많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로 관계에 대한 고민은 늘 떠올랐기 때문이다. 연인과 가족, 친구와 동료 등 우리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에서 작은 소리들이 났다. 누군가는 그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상대방을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누군가는 그저 도망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읽을 때마다 늘 조금씩 실망했다.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고 할 때, 나를 공격하는 내 주위의 어떤 사람은 정말로 나쁜 사람처럼 보였고,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내야 한다고 할 때, 내 주위의 어떤 사람은 그래도 나은 구석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모든 관계의 문제들이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달려 있다는 말들은 편협해 보였고, 반대로 자신과 타인 둘 다에게 있으니 상황에 맞추어 행동하라는 말은 관계에 대한 이론서로써 무책임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책은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서 정의를 내리고자 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관계의 최전방에서 복무한 사람이므로,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우리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를 살리고 너를 살려서, 결국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최소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보다 주효하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정의들보다 중요할지도 모른다. 이 책의 의미는 그 주효함에 있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는 도발적인 제목은 우리가 관계에 관한 관성에서 바로 행동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분명한 촉구이다.

 

  어느 화창한 날에 우리는 관계의 빗장 안에서 함께 웃을 것이고, 어느 비 오는 날에 우리는 그 빗장 밖에서 눈물을 빗속에 숨기고 있을 것이다. 시인 기형도는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라고 겨우 적었다. 나는 사람을 잃고 나는 쓰네라고 따라 적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당신이 한책을 읽고 나는 쓰네라고만 적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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