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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독서후기 공모전] 최우수상 (지역민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2. 2. 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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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2021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지역민 부문)을 수상한 정수연 님의 독서후기 '관계의 바다에서 헤엄치기'입니다.

 

관계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교직이수 과목에 감정수업, 관계수업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교사라는 직업 상 아이들과 학부모, 동료 교사와 상사와의 끊임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말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교사도 감정노동자라고 생각하는데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는 여지없다. 평상시 관계가 나쁘지 않았던 아이이고 학부모라 하더라도내 아이가 관여된 사건에서는 한 치도 물러설 마음이 없어 보이는 학부모님과 감정적으로 다투기 일쑤다.

 

  아이들끼리의 관계 문제를 돌보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교사라고 해서 모두가 감정과 관계를 다루는 데 능숙하지는 않는다. 시간과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서, 교사와 아이의 관계 뿐 아니라 아이들 사이의 얽히고설킨 관계망 속에서 자칫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섰다가 쉽지 않은 거미줄 같은 관계의 망 속에 발이 걸리기도 한다.

 

백신 예약 시간이 10시던데 1교시 끝나고 조퇴하면 되니?”

아니, 이틀을 쉴 수 있는데 왜 학교에 나와야 해요?”

엄마와는 1교시 후 조퇴라고 말씀 나눴는데 너는 결석하겠다는 거지?”

쉴 수 있는데 선생님이 그렇게 한 가지로만 이야기하셔서 그렇죠. 두 가지 방법을 다 말씀해 주셨어야죠.”

그럼 엄마와 이야기해서 결정하면 다시 이야기해줘.”

“ .... ”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 아이와의 대화는 늘 조금씩 어긋나있는 느낌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소모적인 감정 다툼이 불편하기만 하다. 아이들의 말 한 마디에도 감정은 쉽게 흔들리고 긍정과 부정, 온탕과 냉탕을 오고가다보면 어떤 게 본디 내 마음이었지? 종잡을 수 없게 된다.‘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정보를 뇌는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교류했던 아이와는 늘그 아이는 그렇지.’라는 감각이 앞서고 사실 별로 이성적인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그러면 안 되지. 난 교사잖아마음을 다잡아보지만 또 쉽게 흔들린다.‘교사도 별 수 없이 사람이지. 내게 부정적인 네게 내가 긍정적일 수는 없잖아.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저자가 인용한 괴테의 말이 떠오른다.‘괴테는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밖에는 들을 수 없다고 말했어요. 사람은 누구나 내 기준에서 생각하고, 타인을 수용합니다. 상대의 말을 해석해서 듣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지옥이 됩니다꿈에서도 떠오르는 아이와의 어긋난 대화와 속상함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기도 했고, 시종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심지어 아이와의 관계를나의 자존감을 짓밟고 수시로 내 감정을 상하게 하는’,‘가지치기를 해야하는 관계로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고작 열네 살 아이이지 않나? 다시 질문을 바꿔본다.‘아이가 부러 내 말을 삐딱하게 받으려고 한 말일까? 그건 아니겠지. 자신의 의도가 앞서서 대화가 매끄럽지 않았을 테지.’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해상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의 생존 수영이 우리나라에 소개되기도 했고, 교육과정과 교과서 속에서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수영이 초등학교 수업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파도에 휩쓸리거나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허우적대며 발버둥치는 것보다는 온 몸의 힘을 빼고 물의 부력을 이용하여 가슴을 위로 하고 배영 자세를 취하는 게 더 안전하다. 이론상으로는 관계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대신, 온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휘어잡는 감정들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 가는 게 지혜로울 것이다. 모든 감정, 특히 부정적 감정은 내려놓고 어떤 편견도 없이 아이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려본다.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 두 개는 커서 듬직해 보이고, 스스로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자기 관리도 잘 하는 아이, 우스갯소리도 잘 해서 주변 아이들이 잘 따르는 편이고 교과 수업 시간에 만나는 아이의 모습은 오히려 칭찬할 만하다. 영특해서 교사의 수업 의도를 이해하고 시간 내에 잘 해결하고, 오히려 활동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를 도와주기도 한다.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학교 규칙을 잘 지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사고를 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아이들을 조금 더 배려해주면 좋겠으나 또래 간에 큰 갈등이 없는 걸 보면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를 구하고 사는 모양이다.

부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이와 그 분위기에 편승하는 아이들도 걱정이지만, 이 모든 혼돈 속에서 무엇에도 누구에게도 무관심한 아이들도 걱정이라, 교사인 나는 마음이 무겁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생활 공통의 경험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상실당한 아이들, 서로 만나지 말기를 강요하고 그것만이 개체가 살아남는 방법임을 강조했던 2년 동안 우리 아이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법, 차이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조차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 속에서 부대끼며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살아야 할 텐데, 실망하더라도 다시 사람의 기운으로 사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들을 향한 창을 닫아 버리고 안 되면 쉽게 포기해버리는 아이들로 자라지 않아야 할 텐데.

 

  서로를 향한 따스한 눈길, 따뜻한 공감의 말 한 마디가 더욱 간절한 시기이다.‘진심 어린 공감이 담긴 말은 마음을 살리는 플라세보 효과를 창출합니다. 마음이 살아나야 주변의 관계도 살아납니다라고 한 저자의 말을 믿는다. 삐딱해진 마음을 안고 학기말을 마무리하는 것은 나에게나, 우리 아이들에게나 불행한 일이다. 교사로서 숙명처럼 맺어야 할 아이들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 책을 감사한 마음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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