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21 독서후기 공모전] 우수상 1(재학생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2. 2. 14. 17:21

본문

독서후기 대상도서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2021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재학생 부문)을 수상한 이민찬 님의 독서후기 '카멜레온의 변화' 입니다.

 

카멜레온의 변화

 

  인간관계가 두렵습니다. 저는 저 자신이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여태까지 카멜레온 같은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생존을 위해 주변 환경에 맞추어 저 몸 색깔까지 바꿔버리고서는 그것 자체로 기억되어 존재하는 그런 동물 말이지요. 그것은 본인이 그러는 줄 알까요? 모르는 게 낫겠습니다. 저는 제가 그런다는 것을 압니다. 그것이 나무에 달라붙어 본능적으로 색깔을 분석하듯, 저는 사람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그 사람을 분석합니다. 처음에는 많이 틀렸지만, 오랜 기간 훈련 끝에 지금은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고 나선 거기에 맞춰 제 색깔을 바꾸죠. 생존을 위한 방법입니다. 제 눈엔 남들도 다 똑같습니다. 그들은 본인이 그러는 줄 알까요? 모르는 게 낫겠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텅 빈 항아리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지만, 구멍 하나 생기면 버려지는 것. 제 연기는 꽤 괜찮았나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미치도록 비참하고 공허했습니다. 여기 가서 다르고 저기 가서 다른데, 개성이란 찾아볼 수 없고 남 눈치 보기 바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속해 연기하는 것 없이 저 자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각, 표정, 의지 모두 무() 그 자체입니다. 좋아하는 것도 없고, 싫어하는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나만 잘하면 됐거든요. 그렇게 살아오던 저에게 인생의 큰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후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바깥과 접촉하지 못한 채 군인 역할에 과하게 몰입한 나머지 다 잊어버렸습니다. 내가 누구였는지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눈을 감고 기억의 가닥 하나하나를 모두 다 헤집어봐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이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만취해 필름이 끊겨 다음 날 지인에게 연락하기 두렵듯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술이라도 먹었으면 실수겠거니 하겠지만 이건 모두 자초한 일입니다. 온전히 내 책임이고 변명할 수 없습니다. 두려움은 하루하루 커져갔고, 다시 시작해보자 마음을 한두 번 먹은 게 아니지만 여태까지 쌓아온 기록이 너무나도 많아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간절하게, 살아보자 변화해보자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순 없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였다. 그러던 중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에 눈길이 갔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하지 당연히. 나도 그래왔으니까. 평생에 걸쳐 연습했다고. 근데 훈련을 안 하니까 2년도 되지 않아 모조리 사라져버렸는걸. 그럼 무슨 의미가 있어? 계속해서 그것에 매달려 살아야 한다고? 그럼 뭘 연습하라는 건지 들어나 보자.’라는 마음에 선택하였다.

타인의 잣대에 갇힌 나를 지옥에서 해방시키는 연습.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바로 이거다. ‘나부터 바뀌자. 온 힘을 다해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있다가 거센 바람 한 번에 바닥으로 떨어져버리는 나뭇잎 같은 사람이 되지 말자. 차가운 전봇대여도 좋고, 따뜻한 나무여도 좋으니까 일단 스스로 서자. 내가 차갑거나 따뜻하다고 서로를 부러워하면서 탐하지 말자.

 

  그냥 그 자체로 존재하자.’ 이제야 다시 시작할 자신감을 얻었고, 나아갈 방향을 찾게 되었다. 대화를 시작했다. 그것도 진심으로, 솔직하게. “엄마, 엄마는 뭐 할 때 행복하다고 느껴요? / 갑자기 그런 말은 왜? 그냥 좋아하는 드라마 볼 때인 것 같은데. 그럼 너는? / 제가 책에서 읽기로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때 행복하대요. 저도 동의하고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엄마는 드라마보다 자잖아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요. / , 등산할 때인 것 같아. 너 말대로 하면. / 아름다운 경치에 빠진다는 거예요? / 아니, 내 몸 상태에 집중해. 보폭이나 호흡 그런 것.” 이렇게 대화는 끝났다. 상당히 어색했지만, 방에 들어가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조금은 극복했다는 성취감? 꾸밈없는 공감에서 비롯된 기쁨? 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계속 미뤄만 왔던 친구들과의 만남도 먼저 연락해 약속을 잡았다. 많이 달라진 모습에 무슨 일 있냐며 재차 물어왔지만 그 질문이 좋았다. 바뀐 나를 좋아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문제없었다. 이제 나는 나로 존재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문득 나는 무슨 색깔의 사람일까? 고민해보았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주변을 쉽게 끌어당기지만 쉽게 상처 받는 분홍색 사람도 있고 모든 부문에서 뛰어나 빛이 나는 것 같아 쉽게 다가가기 힘든 노란색도 있다. 나는 아마도 남색인 것 같다. 내면의 바탕에는 어두움이 깔려있지만, 밝아지려고 노력하는 그런 남색. 나쁘지 않다. 모든 색을 다 섞으면 검정색이 되는 것처럼, 나는 어둡기 때문에 주변의 색이 잡아먹으려 해도 바뀌지 않는다. 또 밝은 색의 아픔을 대신 받아낼 준비도 되어있다.

 

  마음에 병이 있었다. 물론 모두 회복한 것은 아니다. 후유증이 남아 아직도 100이 아닌 80밖에 마음을 못 쓴다. 평생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솔직해지려고, 당당해지려고 그리고 공감하려고. 솔직하고 당당해지려면 나를 알아야하고 공감하려면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마친다. ‘평판 좋은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다. 소중한 나 자신을 먼저 챙기세요. 마음이 편해지면 관계도 편해집니다.’ 나를 변화하게 해준 이 책에 감사하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