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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 3(지역민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3. 2. 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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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불편한 편의점]

2022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지역민 부문)을 수상한 김은지 님의 독서후기 '그러니 우린 부대끼며 살아야 해'입니다.

 

그러니 우린 부대끼며 살아야 해

 

감동하지 않았다. 그저 배경이 청파동의 편의점이었을 뿐, 우리네 사는 이야기였다. 오히려 독고씨와 근배씨의 존재는 이질감이 들었고 불편했다. 왜 이 불편함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우리 동네는 코딱지 만한 동네임에도 편의점이 많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몇 미터임을 알리는 지표인 마냥 건너건너 편의점들이 있다. 나도 소진처럼 과자 취향이 확고한지라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사탕, 젤리를 어느 편의점에서 파는지 꿰고 있다. 늘 특정 상품을 사는 사람은 알바생의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스물한 살 때 병원내 카페에서 알바를 할 때였다. 늘 돌체라떼를 주문하던 손님이 한 분 계셨는데, 주문이 거의 없는 음료여서 아직도 기억난다.

이게 그렇게 맛있나 봐요.”라든가 이거 정말 좋아하시네요.”라는 등의 말을 시작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끔 만든다면 그 시점부터 불편한 편의점이 된다. 대개 이런 경우 엄마, 아빠, 삼촌, 이모와 동년배인 분들이 직원일 때 그렇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한참 귀가하는 길에 밀크초콜릿을 사서 갔다. 그런데 편의점 직원분이 이제 2+1 행사가 끝나니까 미리 사서 쟁여놓으라고 하시면서 학생이냐, 지금 시험 기간이냐, 공부하느라 힘드냐, 이거 자주 먹으면 이가 썩는다는 등 기습공격을 하셨다. 기습공격이다. 적어도 나한테는. 원체 내 이야기를 안 하고 누군가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니 본인도 남에게 사적인 질문을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카페알바 하는 내내 돌체라떼를 주문하던 손님에게 단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그저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라고 외치기만 했었다.

 

오지랖이라고 생각했다. 독고씨와 근배씨도 오지랖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처음에 ALWAYS 편의점의 손님들이 독고와 근배의 관심을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것으로 여겼던 것처럼 말이다. 굳이 타인에게 내 이야기를 꺼내놓음으로써 관계를 맺기 싫었다.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p252). 그래서 언제나 인간관계에서 딱 손님 대하듯이, 여기까지라는 선을 그어놓고 넘어오지도 넘어가지도 않았던 것이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인간관계에서도 거리가 필요하다는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그리워한다. 노르웨이의 숲에 이런 대사가 있다. 고독한 걸 좋아하는 인간 같은 건 없어. 실망하는 게 싫을 뿐이야.”

 

인정한다. 상처받는 것이 싫어서 타인의 관심이나 걱정을 오지랖으로 치부해버렸다. 실망하는 게 싫고, 상처받기 싫어서 나는 혼자서도 잘 놀아’, ‘세상은 혼자 사는 거야라는 식의 자기최면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너무 쉽게 끊어버리기도 한다. 요컨대, 많은 정치학자들이 동의하듯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러니 우린 불편하더라도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한다. 불편한 편의점의 사람들처럼 말이다. 나도 돌체라떼를 좋아하던 손님에게 퇴원은 언제 하세요?”라든가 이제 괜찮아지신 건가요?”라는 등의 말을 건넸다면, 적어도 그분에게 따뜻한 라떼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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