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양록은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유득공(柳得恭, 1748~1807)이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오며 쓴 여행시집이다. 난양은 난하(灤河)의 북쪽, 즉 청나라 황제의 여름별장이 있던 열하 지역의 별칭이다.
유득공은 북학파를 대표하는 실학자이면서 자주적인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이십일도회고시>, <경도잡기> 등 다양한 역사 관련 저술을 남긴 역사가이다. <이십일도회고시>는 단군의 왕검성부터 고려 개경까지 우리나라 역대 왕도(王都) 21곳을 43편의 칠언 절구로 엮은 한시집이다. 각 시의 앞부분에는 중국과 우리나라 역사서를 인용하여 각 도읍의 고사를 자세히 적어 놓았고 시의 뒷부분에는 주석을 붙였다.
이십일도회고시를 지으며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을 가진 유득공은 한반도에 국한되었던 시야를 밖으로 돌린다. 그리고 만주벌판의 잊혀진 제국 발해를 우리나라 역사 속으로 끌어들여 <발해고>라는 명저를 남긴다. 유득공은 통일신라시대를 남북국시대로 부른 최초의 인물이며 <발해고>는 발해의 역사를 다룬 최초의 역사서이다.
발해고를 저술한 뒤 유득공은 청나라로 가는 사신단에 포함되어 열하까지 만주를 가로지르게 된다.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 각 지역에 대한 소감을 칠언절구의 시로 노래하고 자신의 역사적 인식을 바탕으로 해석을 곁들여 주석을 붙인 것이 이 책이다. 난양록은 조선시대에는 인쇄되어 출판되지 않은 채 필사본으로 유통되어 다양한 이본이 남아 있는데 이 중에는 열하기행시주(熱河起行詩註)라는 제목의 이본도 있다.
도서관 소장본은 ‘규재장본(圭齋藏本)’이라는 원고지에 정성스럽게 쓴 해서체가 일품인 필사본이다. 유득공 사후 ‘규재’라는 호를 사용한 인물은 정치가이자 과학자로 유명했던 규재 남병철(1817~1863)이 있어 이 책은 본래 남병철의 친필이거나 아니면 주위의 지인이 남병철의 원고지에 필사하여 책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서문 상단에 날인된 ‘상적(尙迪)과 ’우선과안(藕船過眼)‘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제자이며 역관시인(譯官詩人)으로 유명한 우선 이상적(1803~1865)의 장서인이다. 남병철 또한 추사의 제자이자 정치적 동반자로 이상적과도 긴밀한 교유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남병철이 소장하고 있던 책이 이상적에게 건네져 이상적이 장서인을 날인하고 소장하게 된 것이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유득공의 문학과 역사인식을 담고 있으며 조선 후기 추사 제자들의 교유관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 난양록 전시 안내
- 전시기간: 2023. 1. 2. ~ 1. 31.
- 전시장소: 중앙도서관 2층 로비
- 관람시간: 평일 9: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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