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의 문양이 찍힌 시전지(詩箋紙) 위에 물 흐르듯 초서(草書)로 써내려간 글씨.
이 편지는 조선 효종과 현종 때 문신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 1606~1672)이 1670년 평안도관찰사에게 보낸 간찰(簡札)이다.
편지를 쓴 송준길은 우암(尤菴) 송시열(宋時烈)과 함께 ‘양송(兩宋)’으로 불리며 조선 후기 정치와 학문에 큰 족적을 남긴 정치가이자 학자이다. 조선시대 문묘(文廟)에 배향된 18인 중 한 명이며 글씨에도 뛰어나 서예작품 2점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도서관 소장 동춘선생수찰은 무려 94통이나 되는 송준길의 친필 편지가 잘 보존되어 있는 귀중본이다. 천지인(天地人) 3책으로 천권은 1660년 상중(喪中)이던 민씨 교리(校理)에게 보낸 편지 등 31통, 지권은 전라도관찰사에게 보낸 33통, 인은 평안도관찰사에게 보내 30통의 친필 편지가 실려 있다.
편지를 받은 주인공은 송준길의 제자이자 사위인 민유중(閔維重, 1630~1687)이다. 노론 명문가 출신인 민유중은 송준길의 제자였다가 사위가 되면서 송시열의 문하로 옮겨 학문을 배웠다. 과거 급제 후 한성부판윤, 전라도, 평안도관찰사, 병조판서 등을 중요 관직을 모두 거쳤고 훗날(1681) 둘째딸이 숙종의 계비가 되면서 여양부원군이 된다.
이 민유중의 후손들이 조선 말~대한제국 시기에 큰 번영을 누리는데 흥선대원군, 고종, 순종이 모두 이 집안에서 배우자를 맞이했다.
민유중이 받은 편지들은 민유중의 후손들이 대대로 잘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천지인 3책으로 꾸민 것으로 보인다. 붉은 비단 위에 화려한 문양으로 호화롭게 꾸며진 간찰첩을 보면 명문가로 성세를 떨쳤던 여흥민씨 가문의 위상이 절로 느껴진다.
표지를 넘겨보면 당대 명필로 이름난 송준길의 친필을 볼 수 있고 각권의 첫 간찰에는 붉은 글씨로 송준길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이 적혀 있다. 특히 간찰첩에 있는 편지들이 송준길의 문집(文集)인 <동춘당집(同春堂集)>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미공개 자료로 현종 연간 정치, 학술, 양반가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보물급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 동춘선생수찰 전시 안내
- 전시기간: 2023. 3. 2. ~ 3. 31.
- 전시장소: 중앙도서관 2층 로비
- 관람시간: 평일 9: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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