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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 2(지역민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3. 2. 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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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불편한 편의점]

2022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지역민 부문)을 수상한 김인석 님의 독서후기 '불편한 마음 나누기'입니다.

 

불편한 마음 나누기

 

편리한 세상은 되었는데 그만큼 사람들 사이도 편해졌을까. 으리으리한 성공 뒤에 난 이러 이러한 생각이었고, 그 마음 때문에 그렇게 그렇게 했었고, 하지만 이제 난 너를 편하게, 행복하게 해줄꺼야하고 마음을 전하면 거의 대부분 늦는다. 더하여 그런 성공을 손에 쥐는 사람은 가뭄에 콩나듯 적다.

현재 내 상황의 어려움, 고통, 어찌할바 모르는 비겁함, 비참함 등으로 나는 입을 다물고 산다. ‘불편한 편의점의 주인공 독고씨가 언어를 잃어가고 있었듯이 나도 할 말이 없다. 아니 내 마음을, 내 말을 불편 없이 꺼내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내 관계의 울타리 안에는 없다. 아니, 없다고 말하면 핑계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나니까.

옛날 사람인 나는 잠시 서점에 가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것이 사실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허드레 시간이 생기면 낡을 차를 몰아 편리한 세상으로 가끔 나가보는데 마땅히 갈 곳은 서점밖엔 없다. 책을 사지 않는다면 돈은 지불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게 불편한 편의점을 만났다.

 

소설 속엔 나쁜 사람, 악당, 빌런 캐릭터는 거의 없다. 이 편의점이 왜 불편한 편의점인지는 오직 주인공 독고씨의 겉모습(인상, 옷차림, 어눌한 말 등)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의 소비 구매에 항상, 언제나’(ALWAYS) 편리하게 필요를 구비 해 놓고 있는 편의점이 불편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거기, 사람들이 만나게 되면 불편해진다. 나와는 모든 게 다를 수 밖에 없는 사람을 (심지어 가족일지라도 관계가 어긋나면 가족이 더 단절된다.) 마주 대하게 되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생기게 되니까.

더욱 어려운 것은 처음 대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삶을 살아오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불편하지 않겠는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게 사랑하는 연인과의 첫 데이트 때만이면 얼마나 편한 세상일 것이지만.

그래서 사람들은 첫인상의 중요성을 그렇게나 설파하나 보다. 그 사람의 첫인상이 편안하면 나도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누구나 다 알지만 첫인상, 그 사람의 외모가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허우대는 멀쩡해도 속 빈 강정도 많은 세상이니까. 그런데 첫인상, 처음 그 사람의 외모 외에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 사람과 이야기 해 보지 않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람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그러니 모두 마음을 열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저 사람의 외모 말고 그 사람의 마음을 알고 난 후에 평가하자고 모두가 동의하고 사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더욱 자신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불편한 편의점은 얘기하고 싶은 것 같다. 정말이지 세상엔 착한 사람들이 있다. 기꺼이 남을 도우며 함께 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한다. 대부분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것은 나중 일이다.

그렇더라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남의 것도 지켜줄 수 있는 사람, 진상인 사람을 부드럽게 단호하게 제압할 수 있는 사람, 사람을 배려해 주는 사람, 작은 거라도 의미를 주고 나누며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사람, 불편한 상황을 기꺼이 깨치고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사람, 거짓과 사기를 이겨내는 사람, 아직 함께 행복하기에 늦지 않았음을 일깨우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항상, 언제나 사람들 곁에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난 사람들은 행운일까 운명일까. 나는 그런 사람을 정말로 만나고 싶다. ... 하지만 내가 과연 독고씨에게 말을 걸 수 있을까.

물론 내가 다른 사람에게 그런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난 그렇지 못하다. 편리한 세상에 불편하게 살면서 불평불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마음을 터놓고 작은 목표라도 함께 노력하는 일에 너무도 게으른 나를 본다. 그렇게 소설 속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부럽고 부끄러웠다.

그런 내게 마지막 장 부끄럽지만 살기로 했다. 죄스러움을 지니고 있기로 했다. … …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기차가 강을 건넜다. 눈물이 멈췄다.”... 먹먹하다. 내 삔 마음에 깊숙이 꽂힌 침처럼 들어왔다. 아팠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불편한) 삶 한복판에 나도 서 있으니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정하게 대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악의는 없는 사람 같고, 사람들과 같이 재밌게 웃으며 함께 행복해 하고,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기뻐하는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친절하고 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의 상황들과 내 마음의 형편들은 부끄럽지만 살아보고 싶다. 그렇게 책장을 덮었다.

 

불편한 편의점’2권이 출판 되었다 한다. 1권의 독고씨 마지막 문장을 기억하면서 어떤 불편한 상황들에 마주하며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삶을 계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조금은 허술해진 날 서점에 앉아 책 읽은 사람들을 흐뭇하게 쳐다보며 2권을 읽고 싶다. 그러기에 앞서 내 불편한 삶 때문에 불편해진 관계들을 조금이나마 허물면 좋겠다. 1+1이건 네 캔에 만원이건 참참참 세트건 아님 (행복한) 옥수수 수염차를 사서 만나야겠다. 난 이렇다고 내 얘기를 솔직하게 하고 그의 얘기에 즐겁게 귀를 기울여보겠다.

집 근처에 편의점들이 여럿 있다. 할인하는 것들만 샀었다. 언제나 편의점에 사람이 있다는 것에 관심은 없었다. 편의점에 불편한 사람이 있다고 마음을 닫고 산 것은 나였다. 늦지 않게 마음을 열고 싶다. 함께 행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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