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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 1(지역민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3. 2. 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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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불편한 편의점]

2022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지역민 부문)을 수상한 이은경 님의 독서후기 '독고가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입니다.

 

독고가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우리반은 어느 하루 조용할 날이 없다.

20년차 교사인 나는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한다. 복지대상 학생 9명과 3명의 다문화 학생이 학급 학생의 반을 차지하고 연필, 지우개가 귀한 광주광역시에도 이런 어려운 학생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며 적지 않은 경력에도 이런 학급은 처음이고 이런 나의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소설책을 펼쳐든다.

그리고 불편한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눌한 독고의 정체가 궁금해서, 역사 교사로 정년하고 편의점을 운영한 사장님의 정년 후의 삶이 궁금해서 페이지를 넘긴다.

취업 준비생이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현이가 제이에스(진상)라는 용어를 가르치며 독고에게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독고의 권유로‘ALWAYS편의점 포스기 배우기라는 유뷰트 영상을 찍는다. 그 유튜브 영상으로 인해 러브콜을 받고 직장을 갖게 되는 이야기는 내게 제이에스 학부모를 떠올리게 하고 시현이 유튜브에서 가르치는 방식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과시하기보다는 배우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배려한다고 느껴져 스카웃했다는 장면을 보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모든 직장 환경의 변화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급작스레 원격수업으로 전환해야 했던 코로나 초기의 상황이 떠오른다.

원격수업에 대한 준비를 할 틈도 없이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의 얼굴과 목소리를 내보내며 수업을 준비해야 했을 때, 교사는 갑자기 유튜버가 되어야 했다. 과연 억지스레 유튜버가 된 나의 가르침의 방식은 어떠했을까?

 

이해하지 못할 두 남자 때문에 속 터진 오선숙 점장의 이야기에서 삼각김밥을 훔치는 짜몽 가출 소년을 선숙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미련 곰탱이 독고가 챙겨주는 장면을 보고 노숙자 독고에 대한 시선을 다르게 보게 되는 장면, 서른 살 고시생인 아들이 게임에 빠져 한심함에 속상한 선숙에게 속상할 때 옥수수... 옥수수수염차 좋아요라며 독고가 건네자 그녀의 한탄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아들 말을 먼저 들어보세요자신이 선숙의 말을 들어주기만 한 것처럼 들어주면 풀려요라는 말로 갈등의 실마리를 풀게 하는 독고의 심드렁한 한마디들은 상담을 떠올리게 한다.

난 교실에서 진짜 왜그러는거야? 이해할 수가 없네라는 말을 수시로 했고, 알 수 없는 아이들을 이해하고자 대학원에 가서 상담 공부를 하였다. 3년 동안 나름 열심히 공부했고 어느 정도 상담의 전문가로 교실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을거라 자신했으나... 선숙의 아들에게 삼각김밥과 함께 편지도 같이 주라는 조언을 한 독고를 보며 난 과연문제의 솔루션은 커녕 매듭이 어딘지를 파악할 수 있었으려나? 상담은 기법으로 하는 것이 아닌 마음을 읽어 주는 것이고 단순한 말과 행동같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들을 어눌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독고의 입에서 듣기에 더 감동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밝혀진 독고씨의 정체...

가족들에게 모질게 굴어서 후회가 된다는 곽씨에게 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라는 말을 하며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거라는 내용은 나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266쪽의 책을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그것도 누가 볼까 눈물을 닦아 가며... 내 집 앞 편의점의 이야기이고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아니 내 이야기라고 말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퇴근길에 생각한다.

어제 아무것도 아닌 일로 사춘기 여중생 딸에게 화를 냈고 아이는 울면서 방으로 들어갔으나 엄마인 나는 딸의 감정보다 내 감정에 충실한 나머지 딸의 방문을 열지 않았다. 독고씨가 가족을 손님이라 생각하고 대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손님에게 먼저 다가가기로 마음 먹는다.

책을 좋아하는 여중생 딸에게 불편한 편의점읽어 보았냐며 멋쩍게 묻는다. 당연히 읽어 보았고 그 작가님은 극작가라고 말해준다. 작가님까지 이미 알고 있었음에 놀라워하며 엄마가 어쩌면 그런 글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쑥스럽게 말해본다. 책을 자주 읽는 엄마이지만 처음으로 불편한 편의점형식을 빌러 우리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여중생 딸은 어제의 감정은 다 사라진 듯 너무 격하게 반응해준다. 엄마 반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편의점에서 찾을 수 있는 있는 소재보다 훨씬 많다며 충분히 엄마가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용기를 주는 딸의 말에 철없는 엄마는 흥분해서 벌써 필명도 생각했다며 이풀잎으로 할거라고 말한다. 엄마 이름이 촌스러워서 필명을 쓰는거냐 웃으며 글을 쓰면 가장 먼저 자신에게 원고를 보여 달라고 말한다.

불편한 편의점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이 이런게 아닐까?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넘어지고 지쳐 쓰러질 때 가장 힘이 되는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것... 내가 무모한 도전을 해보겠다 말해도 금방 이루어질 것처럼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였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데 있음을 깨달았다.

독고씨가 보낸 메시지로 내 삶의 엉킨 실타래 하나를 또 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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