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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독서후기 공모전] 우수상 1(지역민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3. 2. 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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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불편한 편의점]

2022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지역민 부문)을 수상한 정수연 님의 독서후기 '고마운 일'입니다.

 

고마운 일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 저도 말없이 그냥 앉는다

고맙다 /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조용한 일, 김사인)

 

낯선 이와의 만남은 늘 두렵다. 그는 내게 이유도 없이 해코지를 할 수도 있고, 친절을 가장하고 접근해서 등 뒤에서 나를 밀치거나 도구를 이용해서 나를 공격할 수도 있다. 나와 인연을 맺어 온 사람이 나를 해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끔찍해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렇다.

하지만 여기 다소 불편하지만 작은 위안으로 사람들을 크게 보듬어 주는 사람이 있다. [불편한 편의점]의 알바생 독고이다. 그는 주변 사람을 관찰하고 살피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말하는지 들어준다. 그리고 가만히 말을 건넨다. 그런데 그 대수롭지 않은 음료 한 잔과 아들에게 물어보세요. 왜 그랬는지.’ 라고 건네는 말 한 마디가 숨을 쉬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어주고, 단단해 보이기만 하는 사람의 마음의 벽은 의외로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그래서 소설 속 독고의 모습은 가만히 옆에만 있어도 위로가 되는 - 그리하여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해 주는- 김사인 시의 낙엽을 닮아 있기도 하다.

 

잘하고 있을 때의 환호와 칭찬보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또는 할 수 없는 마음의 상태에 대해 공감 받는 것이 실은 가장 큰 위로가 아닐까?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누군가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독고의 선한 마음을 나도 모르게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이야기이다.

이 책이 건네는 위로의 씨줄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청춘들을 향해 있다. 편의점 알바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시현, 대기업을 그만 두고 서른에 백수가 되어 지금은 집에서 게임만 하고 엄마와 늘상 다투는 선숙의 아들, 돈을 벌기위해 합법과 비합법을 넘나들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다가 결국 망해서 은퇴한 엄마의 편의점을 호시탐탐 노리는 염여사의 아들 민식, 한 때 배우였으나 시나리오 작가로서 글쓰기를 업으로 삼았으나 지금은 절필을 고민하는 인경이 그들이다. 다들, 무언가를 하고 있으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 놓여있기도 하다. 인경의 말처럼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고, 그들의 실패는 한 개인의 안일함이나 무능력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들이 느끼는 사회에 대한 소속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로부터 받은 부정적 영향의 경험 때문이다. ‘개인의 꿈이 외교 문제로 무너지는 경험뿐 아니라 코로나 19 팬데믹이 우리들 삶에 미친 영향들을 생각한다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날줄의 위로는 나이 들어가는 또 다른 사람들을 향한다. 성실하게 가정을 돌보며 살아왔고, 어느 새 마흔 중반이 되었으나 가족과 화합하지 못하고 퇴근 후 편의점에서 혼술하는 낙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직장인 경민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들 때문에 속상한 선숙, 이혼한 채 한 탕 사업을 꿈꾸는 아들 때문에 걱정 많은 염여사, 독고의 뒤를 캐는 곽씨가 그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크게 위로받는 인물은 단연 독고이다.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사람 때문에 아프지만, 또한 사람으로 인해 치유되는 존재이므로. 그는 사람들을 만나고 관찰하고 위로를 건네는 과정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떠올린다. 회피하기만 했던 과거의 기억을 다시 들여다볼 용기가 생긴 것이다.

이 소설은 현실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해서, 마지막 장면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그대로 오버랩되기도 한다. 실제로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던 20201, 독고는 대구로 향한다. 그는 이제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말한다.‘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야겠다. 기차가 강을 건넜다. 눈물이 멈췄다.’이제 눈물과 회한의 시간을 멀리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때인 것이다.

 

이번 겨울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듯 부쩍 추운 12월이 찾아왔다. 온기가 필요한 시간인 것이다. 며칠 전 오랜만에 안부를 전해 온 지인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늘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좀 마음의 병이 있는 것 같아요. 성찰해보려고 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하루하루를 넘기는 데 힘쓰고. 그래서 연락드리기가 힘들어요. 조만간 보았으면 합니다.’

어디선가, 무슨 이유로든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건넬 게 빈약한 말뿐이어서 난 조금 부끄럽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 알고 있죠? 밤이 되고 바람이 엄청 차가워졌어요. 몸 조심, 마음 조심하시길 바래요. 늘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만나는 시간을 기다릴게요.’

이 생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과 다리는 건너가는 곳이라는 독고의 말을 기억한다. 그리고 전한다.

고맙습니다. 그대들이 내가 속한 세상에서 함께 살아주어서, 힘들기도 하겠지만 다들 최선을 다해 살아주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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