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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독서후기 공모전] 최우수상(지역민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3. 2. 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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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불편한 편의점]

2022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지역민 부문)을 수상한 차수민 님의 독서후기 '그래, 우리 함께하자'입니다.

 

그래, 우리 함께하자

 

초등학교시절 우리 마을 버드나무 아래 작은 슈퍼는 동네의 사랑방이었다.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이 슈퍼는 학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초등학생들의 참새방앗간으로 꼬맹이들이 재잘재잘 간식거리 하나씩 들고나오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고, 일을 마치고 귀가하시는 어르신들은 그곳에서 간단한 반주를 한잔하며 하루의 노고를 달래고 집으로 들어가는 그런 곳이었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마음이 따뜻한 주인이 있었다. 그곳의 주인이 쌍봉댁은 사람은 믿음으로 장사를 하는 거라며 외상을 받아주었고, 외상값을 받으려고 독촉도 하지 않았다. 한참 자라는 아이들은 잘 먹어야 한다며 유통기한이 임박한 과자는 그냥 나눠주기도 했고, 힘든 일이 있어서 술이 거나하게 취하신 분들이 계시면 술 동무도 해주었고 배고파하는 어린아이들이 있으면 불러서 따뜻하게 밥 한끼를 같이 해주는 그런 분이었다. 지금처럼 추운 날은 가게안에서 버스를 기다리라고 언제나 웃는 얼굴로 맞아주셨고 그래서 사람들은 편하게 그곳에 들러서 자신의 힘든 것도 놔두고 가고 즐거운 일은 내 일처럼 함께할 수 있었다. 버드나무 가게는 그렇게 남녀노소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었다. 아주 편안한 버드나무 가게의 주인장은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만 같았다.

얼마 전 고향을 방문했는데 그곳의 버드나무는 그대로였지만 슈퍼는 편의점으로 바뀌어있었다. 선한 웃음을 지으시던 쌍봉댁은 없고, 젊은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내 마음속의 휴식공간이었던 곳이 사라져서 서운하던 차에 <불편한 편의점>에서 쌍봉댁을 닮은 염여사와 독고를 만났다.

<불편한 편의점>은 청파동 ‘Always’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독고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고 있지만 염여사의 말대로라면 경우가 있는 사람이다. 서울역에서 염여사의 파우치를 주워준 것을 인연으로 그녀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얻어먹게 되고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말도 행동도 어눌한 독고를 야간 알바로 고용하게 되면서 시현에게 교육을 제안한다. 사장님의 제안이라 쓰고 지시라고 읽는 이 교육 덕분에, 시현이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알게되고 유튜브를 해보라는 독고의 제안을 흘려듣지 않고 실천에 옮기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현의 편의점 유튜브를 보고 다른 편의점 사장이 스카웃 제의를 하고 시현이는 점장으로 스카웃된다.

독고가 남편아들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오선숙씨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아들과의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말해준다. 마음 둘 곳이 없었던 세일즈맨 경만에게 참참참(참깨라며, 참치김밥, 참이슬) 대신 옥수수 수염차의 효능을 알려주고 딸과 가까워지는 법도 알려주고 실질적인 영업 실적에도 도움을 준다. 글을 쓰는 인경이도 독고를 만나며 막혔던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게 되고, 그녀의 연극 불편한 편의점엔 불편한 알바 독고의 이야기가 살아서 숨쉬게 된다.

<불편한 편의점>에 오고 가는 손님들은 독고와 불편한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이 처한 상황과 타협하고 자신의 불편한 삶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거리두기를 하면서 소통을 시도하지 않는 우리에게 사람과 사람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눈 데에서 나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행복을 찾는 법을 알려준 독고 또한 함께 마음을 나눴던 기억 속 가족을 찾아 떠난다.

이 소설을 통해서 삶은 관계고 관계는 소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행복은 내 옆의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마음을 나눈 데 있다고 말해준다. 내 기억에 추억으로 남아 있는 버드나무 가게가 사라진 것이 아니고 쌍봉댁에세 받은 사랑을 다시 누군가에게 배풀며 살아가는 우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주변 어딘가에 버드나무가게를 닮은 편의점이 있고 쌍봉댁과 같은 주인이 있을 것이다. 염여사가 따뜻한 시선으로 독고를 바라봐준 것처럼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호의가 악순환을 끊게 되는 계기가 되고 그 호의는 다시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마을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었던 버드나무 가게 쌍봉댁도 어딘가에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기를, 가족을 만난 독고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기를 바란다. 쌍봉댁이 보여주었던 너그러움과 염여사가 보여준 사람에 대한 믿음과 독고가 보여준 대화와 위로를 내 삶에서, 내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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