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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 3(재학생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3. 2. 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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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불편한 편의점]

2022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재학생 부문)을 수상한 김예린 님의 독서후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 같은데.’ 책 초반부쯤에 든 생각이다. 나의 삶과 너무 맞닿아있어 에세이처럼 느껴지는데 소설이라니. 약간의 기시감을 느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 위에 서 있는불편한 편의점과의 첫 만남은 말 그대로 불편했다. 처음에는 내용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차차 편의점 사장님인 염 여사님, 독고 씨, 시현 씨, 오선숙 씨, 경만 씨, 곽 씨의 삶들이 나였다가 다른 이가 되었다가 다시 내가 되었다. 소설이 끝나갈 때쯤에는 청파동의 ‘always’ 편의점의 단골손님이 되어있었다. ‘불편한 편의점은 어디에도 없지만, 주위에 있을 법한 우리들의 이야기들이었다.

소설에서 지금 나의 상황과 가장 닮은 사람을 고르자면 시현 씨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생각을 한 에피소드는 오선숙 씨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삼각김밥의 용도였다. 이 부분은 부모님과 나의 관계였다가 나와의 관계였다. ‘왜 남부럽지 않은 무난한 삶이 펼쳐져 있는데 주식이니 영화 제작이니 하는 불안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에 뛰어드는지 그녀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부분에서 오선숙 씨는 부모님이었다가 다시 내가 되었다.

공군사관학교라는, 취직이 보장된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때, 부모님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오선숙 씨처럼 나를 닦달하지는 않으셨지만, 아마 꽤 속이 상하셨을 테다. 이후 준비하던 행정고시를 그만두고 진짜 나를 찾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했을 때도 부모님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셨던 것 같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닦달하지도 못하시는 부모님이 생각이 났다.

사실 부모님을 차치하고서라도, 나 스스로도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무난한 삶을 살 수 있는데도 나는 왜 계속 방황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 나의 자리에 있었으면 더 잘했으리라는 생각들에 정작 내 삶에 집중할 수 없었다. ‘언제나 아들의 탈선에 대해 따지기 바빴고, 그 이유 따위는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라는 선숙 씨의 독백이 내가 또 다른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내가 힘들어하는 이유 따위 알고 싶지 않았다. 왜 실패했고 어떻게 하면 나아갈 수 있을지만 생각하며 나를 재촉했다.

사내는 광대를 실룩이며 잠시 골똘하게 생각하다가 갑자기 선숙을 향해 은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겁나셨구나. 아들이... 아버지처럼 될까 봐.”’독고 씨의 대사가 폐부를 찔렀다. 나는 실패를 두려워했다. 위에 올랐어도 항상 아래를 내려다보며 저기로 떨어지면 안 된다며 전전긍긍하게 살았었다. 겁이 났다. 나의 말로가 실패작일까봐.

그렇게 두려워하는 선숙씨에게 독고 씨는 들어주면 풀려요.’라고 말한다. 상담과 컨설턴트가 다른 점은 답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컨설턴트는 외부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상담은 상담자가 내담원의 들어주면서 본인 안에 있는 답을 이끌어 맬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답을 다 가지고 있다. 우리의 감정과 생각에 가려 못 볼 뿐이지. 요새 나와의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 상담, 글쓰기, 명상 등 방법은 다양하지만 내용은 항상 같다.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의 한 부분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보채지 않고 잘 들어주는 것,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꽤 익숙하다. 아마 선숙 씨와 아들의 대화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작품 속의 정인경 작가는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을 보여줬다. ‘나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절대 지치지 않는 그녀가 부러웠다. 그녀가 말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라는 독고 씨와 정인경 작가의 대화를 읽을 때는 내가 독고 씨가 된 기분이었다.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하는 사람을 부러워했기 때문에 항상 물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정 작가의 대사를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인생은 원래 문제해결의 연속이라는 말이 위안이 되었다. 삶에 문제가 많을 때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고민하곤 하는데, 문제는 항상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이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방증처럼 보였다. 어떤 길을 선택했든 항상 문제를 마주쳤을 것이기 때문에 선택을 후회하기보다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여기를 살아야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소설 쓰기가 버킷리스트 중 하나여서인지 소설 속에 정 작가의 희극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특히 캐릭터를 보여주려면 캐릭터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길로 가느냐를 보여주면 된다.’, ‘어떤 글쓰기는 타이핑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의 속도를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가 되면 당신은 잘 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타이핑과 관련하여 가끔씩 정 작가와 같은 경험이 있어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왠지 모를 쾌감도 느꼈다. 정 작가의 희곡은 어떻게 쓰였을지, 이 작품이 연극화 된다면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독고 씨의 과거가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약간의 어색함을 느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독고 씨가 다른 직업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이겠지만, 이런 사람이 노숙자가 되고 어리숙한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약간의 어색함이 있었다. 노숙자, 편의점, 성형의료사고와 코로나라는 주제들이 잘 어울리는 것인지 잠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소설의 처음과 달리 마지막은 조금은 무겁고, 결이 다른 듯해 개인적으로는 약간 아쉬움이 남았다.

불편한 편의점이 베스트셀러가 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고 벌써 불편한 편의점2’가 나왔다. 이제야 불편한 편의점을 읽는 나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좋은 기회가 있어 독서 후기를 쓰게 되었다. 최근 요약, 정리하는 글을 많이 써서인지 후기가 창의적으로 빛나기보다 낡고 투박한 듯하기도 하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읽고 글을 쓸 기회를 제공해주신 전남대학교 도서관에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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