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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 2(재학생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3. 2. 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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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불편한 편의점]

2022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재학생 부문)을 수상한 송의원 님의 독서후기 '건강한 관계를 위한 지침서를 읽으며'입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한 지침서를 읽으며

 

처음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책을 읽게 된 것은 내가 편의점에서 일하던 때였다. 가끔 시간이 나면 정보마루에서 책을 읽곤 하는데 유독 이 제목이 눈에 띄었다. 편의점은 단어 그대로 편리성이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점포 수가 많고 다양한 물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불편한 편의점이라니, 문제가 있어도 한참 있어 보였다. 표지와 제목을 보고 책을 고르는 나에게 궁금증을 일으켰다. 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나도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 같아 보였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행동과 생각에 공감하기도 하고, 내 모습을 돌아보기도 하면서 책으로서의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서의 책을 읽은 것 같아 즐거웠다.

이 책은 독고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다른 인물들과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사실 주인공의 대사는 많지 않은 편이다. 보통 주인공은 대사가 많고 생각도 글로 표현되는 편인데 대사보다는 행동을 표현하는 문장이 많아 독특하게 느꼈다. 그다음 비중을 차지하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는 인정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자식들과 갈등을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직원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편의점을 운영하는 알 수 없는 인정을 베풀고 이는 독고에게까지 닿는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등장인물 중에서 갈등이 없는 인물은 없다. 가족과의 갈등, 자신의 인생과의 갈등 등 편의점의 하루는 쉴 새 없는 불만과 불안으로 돌아간다. 거기에 미지의 인물로 일하게 된 독고와 손님들의 조화는 시작은 삐걱대지만, 서로를 치유하며 결국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매일 참참참조합을 즐겨 먹는 경만에 대한 이야기였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어느 가장의 이야기는 주변에 흔하게 있을 법해 더 마음에 남았다. 가족과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술에 의지하고 있던 그는 옥수수 수염차를 건네는 독고를 통해 자신만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 역시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우리 가족이 떠올랐다. 종종 얼큰하게 술에 취해오시는 아버지에게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나와 경만의 딸이 겹쳐 보였다. 나는 오셨냐는 인사만 대충할 뿐 아버지가 술을 드시는 이유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경만이 아버지를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가족을 위해 종일 치열하게 일하고 온 아버지의 유일한 휴식처는 가족뿐일 텐데, 휴식처가 아니라 또 다른 일터로 내가 남은 것 같아 이 에피소드를 읽는 내내 마음이 아려왔다. 가족이란 서로 희생하고 보듬어줘야 할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다시 깨달았다. 누가 더 많은 희생을 했는지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안아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책은 우리 생활에 흔한 갈등을 다양하게 등장시킨다. 그리고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해결책을 넌지시 건네주고 있었다. 사실 그 방법은 모두가 알고 있는 간단한 것이었다. 바로 그저들어주는 것독고가 독특하게 말이 적은 캐릭터로 등장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뱉는 것보다 그저 묵묵히 들어주고 마음 깊은 곳에서 조언 같은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 사소한 문제는 해결될지도 모른다. 대화하지 않으면 갈등은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입은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를 알지 못하고 마치 입이 두 개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편안함 혹은 익숙함을 이유로 상대를 배려하지 못하고 멋대로 내 생각을 상대에게 쏟아내는 것은 상대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한다. 익숙한 상대일수록 손님 대하듯 조심해야 한다는 독고의 대사가 머리를 강하게 쳤다.

이야기는 독고의 과거 기억이 돌아오면서 끝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던 그의 과거는 엉키고 엉킨 실타래 같았다. 독고는 손님들에게 했던 조언을 이제는 자신에게 해줘야 했다. 그가 결국 가족들에게 용서를 받고 돌아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문제가 있는 관계가 있을 것이고 어쩌면 그 문제는 심각해서 되돌리기 어려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외면하고 책임을 상대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대화 혹은 이해를 통해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독고가 겪었던 4년간 노숙 생활처럼, 그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자신을 깨트리고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는 것만큼 소중한 경험도 없지 않을까를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꼈다. 겁이 많은 인물도, 화가 많은 인물도, 부정적인 인물도, 결국 관계 회복에 뛰어들었듯이 나도 삶을 살아가면서 항상 용기를 가지고 싶어졌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208p) 이 부분을 참고하면, 이 책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관계와 소통에 대한 것이다.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족 혹은 인생에서 어떤 문제를 겪고 독고와 편의점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된다.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혹은 내가 겪고 있는 일과 맞닿아있었다. 아마 우리 사회와 가정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용기를 책이 대신해서 불어넣어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한 인물이 관계에 대한 불만을 뱉어내면 독고는 그 상대의 입장을 대변해주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반성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보통 어떤 사람과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상대의 문제를 강조하게 된다. 나도 남의 잘못은 크게, 내 잘못은 작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면 건강한 관계와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서 외면했던 시절도 있었다. 독고가 하는 이야기들은 나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불편해야 남이 편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의 주 소재인 편의점과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의 당연한 사실이다. 올바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상대를 위하는 것,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당사자와의 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오직 만을 중시하는 세상에서 점점 잊히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사실을 사회에게 다시 알리는 이 책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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