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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독서후기 공모전] 최우수상(재학생 부문)

미래를 여는 책/서평

by CNU Lib newsletter 2023. 2. 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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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대상도서 [불편한 편의점]

2022년 독서후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재학생 부문)을 수상한 김영서 님의 독서후기 '불편함 속에서 만들어가는 편안함의 기적'입니다.

 

불편함 속에서 만들어가는 편안함의 기적

 

경쾌한 종소리로 우리를 맞아주는 편의점은 낮이나 밤이나 변함없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요즘엔 다양한 먹거리부터 생활용품과 의약품까지 취급하며 생활 속에 없어서는 안 될 편의시설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여기, 익숙하게 알고 있던 편리함과는 거리가 먼 편의점이 있다. 바로 불편한 편의점속 청파동에 자리한 ‘Always 편의점이다. 진열 물품도, 편의점의 묘미인 행사 상품도 적은 편인데다 노령 인구가 많은 동네에서 어색함을 가득 풍기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이 편의점의 가장 큰 불편함은 바로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어울리지 않는 야간 아르바이트생 독고. 어눌한 말투와 서투른 접객 솜씨, 거기다 베일에 싸인 그의 과거까지 모든 것이 의문스러운 그의 존재는 손님들에게 이곳을 불편한 편의점으로 각인시킨다. 그래서일까.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모두 저마다의 말 못할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편한 상황들이 만나 최악의 사태를 만들어낼 것 같았던 이곳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편안함을 만들어 나간다. 불편함 속에서 만들어 가는 편안함의 기적이 바로 이곳, 청파동의 불편한 편의점 ‘Always'에서 일어나고 있다.

불편한 편의점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크고 작은 마음의 불편함을 안고 ‘Always’를 방문한다. 그들이 지닌 불편함은 자기 자신의 문제에서 비롯되기도, 자신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이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시현과 절필 위기에 있는 희곡 작가 인경, 모든 곳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경만과 외로운 노년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흥신소를 운영하는 곽은 모두 자기 자신의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인물들이다. 반대로 ‘Always’ 편의점의 점주인 염 여사와 편의점 오전 아르바이트생 오선숙은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아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저마다의 서로 다른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은 모두 청파동의 ‘Always’ 편의점에서 독고를 만난다. 처음엔 답답하고 어눌한 독고를 꺼리기도 했지만, 독고 만의 진솔하고 솔직한 태도에 위로받고 자신의 불편함과 직면한다. 독고와의 시간은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시현에게 자신의 장점을 일깨워주고, 일자리가 고민인 곽에게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를, 아이디어를 얻고 싶었던 인경에겐 번뜩이는 이야기를, 소외감으로 힘들어하는 경만에겐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따뜻함을 선사했다. 또한 오선숙 여사가 아들과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었고, 염 여사의 편의점을 아들로부터 지켜냈다. 불편한 존재였던 독고 덕분에 모두가 따스한 편안함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단순히 독고의 일방적인 위로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이 독고에게서 편안함을 얻었듯, 독고 역시 이들 덕분에 자신이 잊고 지냈던 과거와 직면한다. 자신을 보살펴준 염 여사 덕분에 술을 끊을 수 있었고, 시현 덕분에 생소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을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다. 경만과 곽, 오선숙 여사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아내와 딸에게 했던 모진 행동을 떠올렸으며, 인경과 이야기하며 차츰 자기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독고는 사람들과 보낸 시간을 통해 단란했던 가족과 남부럽지 않았던 의사라는 직업에 취해 자신의 잘못 앞에서 도망치고 소중했던 것들을 놓쳐버렸던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Always’ 편의점에서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마음 덕분에 그는 늦었지만 이제야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용기를 내어 그 선한 영향력을 더 멀리 전달하기 위한 삶의 여정을 시작한다. 결국 ‘Always’에서 만난 모두가 서로의 따스함으로 멈춰있던 삶에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기적처럼 말이다.

세상은 점점 삭막해지고, 삶은 자주 초라해진다. 예기치 못한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종종 희망의 빛을 잃는다. 불편한 편의점속에 등장하는 취업난, 경영난, 구인난과 대화를 잃은 가족은 어느새 사회의 당연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이런 고난 속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사람들을 더욱 멀어지게 했다. 갑갑한 마스크 안에서 더 답답한 마음을 삼켜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삶과 안위만을 걱정하고, 타인의 불편함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더는 물러설 곳 없는 이기적인 세상 속에서 불편한 편의점은 당당히 외친다. 삶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이라고.

‘Always’ 편의점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를 얻은 독고는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으며, 행복은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독고가 주변 사람들과 불편함을 나누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자신의 불편함을 솔직히 말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런 희망찬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힘들고 괴로울수록 우리는 옆 사람의 손을 잡아야 한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때로 그들이 내민 손을 따스하게 잡아 주어야 한다. 세상이 그런 따뜻함으로 채워질 때, 우리는 편안한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한 편의점속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불편하기만 했던 ‘Always’ 편의점은 이제 더 이상 초라하고 삭막하지 않다. 여전히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을 편안함으로 바꾸어내는 따뜻한 기적의 공간이 되었으므로. 괴롭고 외로운 마음이 들 때마다 청파동 골목 어딘가에 있을 ‘Always’를 생각해본다. 그 이름처럼 언제나 따뜻한 불빛으로 나를 맞아줄 기적 같은 공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내일을 준비할 용기가 생긴다. 우리가 이 따스함을 잊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불편함을 포용하고 나의 불편함을 나눌 용기를 가진다면 좀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모여 더 희망찬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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