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삼경(四書三經)!
유학(儒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너무나 유명한 조선시대 서적의 대명사이다.
사서는 대학(大學), 중용(中庸), 논어(論語), 맹자(孟子)를 말하여 삼경은 역경(易經), 서경(書經), 시경(詩經)을 일컫는다. 유학의 기본이 되는 경전으로 중국에서는 여기에 예기(禮記)와 춘추(春秋)를 더하여 사서오경으로 부른다. 사서 중 대학과 중용은 본래 예기의 한 편(篇)이었지만 남송시대 주자(朱子)가 내용의 편차를 바꾸고 주석을 덧붙여 독립된 책으로 만들면서 사서에 속하게 되었다.
조선에서 특히 사서삼경을 중시했던 이유는 과거시험 중 사서삼경의 구절을 암송하는 시험(七書講)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사서삼경은 본문의 뜻을 파악하기 쉽도록 다양한 학자들의 주석을 붙여서 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사서삼경이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 죽간(竹簡)에 쓰여진 책이라 의미가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대 이후 유학이 통치철학으로 자리잡으면서 여러 학자들의 다양한 해석이 나타났고 송나라 때 주자가 성리학의 입장에서 주석을 붙인 집주본(集註本)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명나라 때 호광(胡廣) 등이 영락제의 명을 받아 주자 이후의 여러 학자들의 주석을 모아 <서사대전>, <오경대전>, <성리대전>을 편찬하는데 조선시대 유통된 대부분의 사서삼경은 바로 이 대전본을 바탕으로 한다. 선조(宣祖) 때 교정청에서 언해본을 간행할 때도 대전본을 바탕으로 언해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 대전본은 상세하고 다양한 주석을 담고 있는 것이 장점이나 반대로 주석의 양이 너무 많고 어떤 부분에서는 본문의 뜻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단점도 가지고 있었다. 대전본을 명나라에서 수입하여 전국적으로 보급에 나섰던 세종(世宗)도 세세한 주석은 읽지 않고 넘어가도 좋다고 말할 정도였다.
조선후기가 되면 성리학이 교조화(敎祖化)되면서 주자 주석에 대한 존중이 더욱 높아지고 주자의 해석 이외에 다른 해석에 대해 배척하는 경향이 높아지게 된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정조는 과감하게 모든 주석을 배제하고 경전의 본문만 간행한 것이 <삼경사서정문 三經四書正文>이다.
정조는 발문(跋文)에서 "삼경사서의 주석을 집대성한 대전본 51책은 편질(篇帙)이 너무 커서 이해하기 어려워 병통으로 여겼다. 이에 본문만 취하여 1질로 만드니 모두 5책이다. 우선 본문을 반복하여 익히고 그 뜻을 상세히 궁구할 때는 대전본을 찾아보라"며 간행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논어정문>과 <논어집주대전>의 비교 논어정문의 본문은 '자왈학이시십지 불역열호' 11자에 불과하지만 대전본은 주석(註釋)이 2줄, 세주(細註)의 작은 글씨는 뒷장까지 모두 36줄이나 된다. |
<삼경사서정문>은 영조 말년에 정조가 대리청정을 하던 때인 1775년(영조 51)에 금속활자 임진자(壬辰字)로 간행되었고 1820년(순조 20)에는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임진자를 복각한 목판본으로 간행하였다.
도서관 소장본은 10권 7책으로 2책~7책은 영조 때 간행된 임진자본이며, 첫번째 책은 순조 때 간행된 목판본이다. 1책의 장서인은 고종 때 호조참의를 지낸 윤종의(尹宗儀)의 것이고 2책~7책에는 윤종의의 할아버지로 익산군수를 지낸 윤오영(尹五榮)의 장서인이 날인되어 있다.
2책~7책의 장서인 <坡平尹五榮字伊元號臥齋> | 1책의 장서인 <鈴山尹宗儀字淵齋> |
윤오영은 금속활자로 인쇄한 <삼경사서정문> 7책을 입수하여 자신의 장서인을 날인하여 잘 간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윤오영 사후 어느 시점에 첫번째 책이 훼손이나 분실되어 손자인 윤종의가 같은 판본을 목판에 새긴 복각본을 구하여 거기에 자신의 장서인을 날인하여 빠진 부분을 채워 넣은 것으로 추청된다.
※ 도서관에서는 영조 즉위 300주년을 맞아 상설전시 <책으로 보는 영조와 그의 시대>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지금 고문헌 자료실을 방문하시면 영조 때 간행된 진귀하고 흥미로운 고문헌을 더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삼경사서정문 전시 안내
- 장소: 중앙도서관 2층 로비
- 전시기간: 2024. 8. 1. ~ 8. 31.
- 관람시간: 9:00~18:00(토요일, 일요일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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